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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코더리스트 권민석, “목가적 소리 실력 쌓일수록 달라져”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리코더에 관한 단상 하나쯤은 갖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플라스틱 리코더는 탬버린,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같은 타악기와 함께 책상 서랍 속을 아무렇게나 뒹굴다 세월과 함께 애물단지로 전락하곤 했다. 리코더 전문 연주자 권민석(28)은 초등학교 때 친구와 함께 리코더 이중주로 불던 동요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떠올렸다. “곧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 말에 교과서 곡 들도 다 불어보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린이음악경연대회에 나가기도 했는데 보기 좋게 예선에서 탈락했죠.”

당시 경연대회는 피아노, 바이올린, 리코더 등 세부문에서 열렸는데, 리코더의 경우 18세기 독일 작곡가 텔레만의 곡이 연주곡으로 지정됐다. 교과서에 담긴 동요만 알던 권민석은 “왜 리코더로 바로크 음악을 하지?”란 의문이 생겼고, 이후 리코더의 무궁한 매력 속으로 풍덩 빠졌다. 어머니가 사주신 전문 연주 음반도 듣고, 중학교 때는 개인 레슨도 받으면서 진로를 음악으로 틀게 됐다.

국내에 리코더리스트로 활동하는 연주자는 15명 정도로 꼽힌다. 권민석은 스위스 바젤과 함께 유럽 고음악의 중심지인 네덜란드 헤이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연주가다. 그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 3학년 재학 중에 고음악연주자 프란스 브뤼헨이 교수로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 학교를 졸업한 직후 고음악단 ‘콩코르디 무지치’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리코더는 20개 넘게 갖고 있어요. 이건 가격이 300만원 가량 하죠. 악기 제작사에 주문을 의뢰 한 지 4년만에 받았죠. 회양목, 장미나무, 올리브나무, 흑단 등으로 만드는데 바로크 시대에는 상아로도 만들었어요” 권민석은 25일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 리코더의 다양한 음색을 보여주기 위해 5~6개 리코더로 연주해 보인다.

권민석은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호박벌 화석에서 DNA를 뽑아 공룡을 재현하듯, 옛날 바로크 시대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오늘날 플룻 자리에 있던 리코더를 옛 것 그대로 복원해 원전연주를 하는 고음악 붐이 유럽에선 50~60년대부터 일었고, 최근 한국에서도 고음악 애호가가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아시아인이 유럽 고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 없지 않다. “노란머리가 국악을 배우는 것처럼 보이겠죠?”라며 “고음악이 현대에 부활해 인기를 끄는 건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며 “일본 지휘자 켄트 나가노는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지는 석양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고 했다.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같다”고 답했다.

그는 리코더의 매력에 대해 “숨을 불어넣으면 바로 나오는 단순성에 있다. 오보에는 비음이 섞이고 바이올린은 화려한 현악인데, 리코더는 소리가 중립적이다. 나무의 순수한 소리가 목가적인 느낌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어 “리코더를 연주한 지 15년이 됐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하루에 많게는 8시간 연습하는데 실력이 계속 좋아지는 게 보인다. 호흡, 운지, 아티큘레이션(선율을 작은단위로 구분하는 연주기법) 등 테크닉면에서 연주자가 제어할 수있는 여지가 많은 악기다”고 덧붙였다. 


권민석은 오는 25일 오후8시 서울 새문안로 금호아트홀에서 리코더 하나로 300년전 바로크 음악의 목가적인 숨결을 되살려 펼쳐 보인다. ‘콩코르디 무지치’의 멤버 크리스티안 구티에레즈(38)가 함께 내한해 고음악기 류트를 협연해 따뜻한 선율을 들려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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