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재국<전두환 전대통령 장남> 취향 따른 다각적 수집…A급 즐비한 이재현<CJ 회장>과 ‘딴판’
이번에도 또…‘미술품은 비자금 은닉대상’ 단골메뉴?
全대표 고미술~현대미술 각양각색
미술사적 가치 비해 재화가치 높지않아

李회장 유명 해외작가 명품 족집게 매입
글로벌 아트마켓 되팔면 바로 현금화 가능

미술품 가격조작·거래증빙 파악 힘들지만
투명성 높아져 탈세·비자금 조성 쉽지않아




이번에도 또 미술품이 등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남 재국 씨가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 500여점이 일제히 쏟아져나왔다. 검찰은 이들 그림을 압수해 분석 중이다. 지난 3월 CJ 이재현 회장의 어마어마한 미술품 컬렉션 리스트가 알려진 이래 또다시 미술품이 ‘비자금 은닉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전재국 시공사 대표와 CJ 이재현 회장의 미술품 수집은 그 내용과 방식에서 서로 판이하다는 점이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유학시절 그림에 눈을 뜬 전재국 씨는 출판사를 차린 후 미술서적 출간, 갤러리 사업, 미술품 수집 등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다각도로 아트사업을 전개하면서 미술품을 샀던 것. 즉 자신의 취향에 따라, 또 사업과 관련해 각종 그림과 조각을 다양하게 수집했다. 이에 따라 수집품은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그 종류가 각양각색이고, 돈이 될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게 혼재해 있다. 특히 시공사가 역점사업으로 펼친 한국작가 55명의 화집 ‘아르비방’시리즈의 작품은 미술사적으론 의미가 있으나, 재화적 가치는 그닥 높지 않은 것이 태반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CJ 이재현 회장은 철저히 ‘투자’에 입각해 그림을 구입했다. 그의 컬렉션 리스트가 이를 말해준다. 총 6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지목되는 이 회장은 지난 2006~2007년께 점당 수십억원을 넘는 유명 해외작가 작품을 포함해 특A급 미술품 138점(총 1400억원 규모)을 사들였다. 그는 2007년 검찰 수사 당시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재산으로 샀다”고 소명했으나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매입작품 중 절반을 서미갤러리에 장기간 맡겨 놓았다는 것 또한 감상이 주목적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이 회장은 최고 인기작가의 작품만 족집게처럼 매입했기에 7년여가 지난 지금 시점에 이를 되팔 경우 총 2000억~25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된다. 작품에 따라 1.5~2배 이상 가파르게 오른 것. 데이비드 호크니의 ‘니트론’(매입가 41억원), 데미언 허스트의 ‘스트립티저’(70억원), 제프 쿤스의 ‘그린 링’(40억원) 등은 글로벌 아트마켓에 내놓을 경우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미술품=비자금’이란 인식을 심어준 대표적 작품들. 위쪽은 앤디 워홀의‘플라워’. 아랫쪽은 리히텐슈타인의‘행복한 눈물’.

미술품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가격이 ‘똑’ 떨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제작연도 및 완성도에 따라 값이 다르다. 이 같은 특성을 악용해 서류상 금액과 실제 거래가를 달리해 이중계약을 체결한 후 차액을 빼돌리는 예가 간혹 있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유령 회사)를 만들어 이를 통해 그림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한 다음, 비자금을 조성하는 수법도 가능하다. 미술품 담보대출의 경우 작품 평가액이 평가처마다 서로 다를 수 있는 점을 악용, 통상가 이상을 대출해 그 차액을 챙기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올 초부터 정부가 미술품양도세를 시행하고 있어 이 같은 편법과 불법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즉 6000만원 이상의 작고작가 작품 거래 시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고 있어 화랑 등의 거래내역을 국세청이 낱낱이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미술품 거래내역의 파악이 힘들고, 현금거래가 많아 탈세나 불법이 상당부분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달라졌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연이은 사건으로 미술품이 비자금 조성의 원흉처럼 비춰지고 있으나 이는 지극히 일부에 해당된다”며 “작품 거래가 대부분 기업 대 기업(화랑) 간 거래여서 세금계산서가 오가고 있다. 또 개인들도 신용카드나 온라인 뱅킹을 통해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며 “전재국 씨가 은닉해 놓은 ‘깜짝 놀랄 만한 미술품’이 제4의 장소에서 추가로 나올진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압수한 미술품 중에는 몇몇 작품(데미안 허스트의 판화, 배병우의 사진 등)을 제외하곤 상품성은 그다지 없는 작품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