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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재국 사장-이재현 회장의 미술품수집 “달라도 너무 달라”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이번에도 또 미술품이 등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장남 재국 씨가 보유하고 있던 500여점의 미술품이 쏟아져나오자 미술품이 또다시 ‘비자금 은닉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로써 정치인이나 재벌에게 있어 미술은 곧 비자금 투자처라는 인식이 대중에게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미술품=비자금’이란 등식은 지난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사건 때 관심을 모았던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에서 촉발돼, 오리온, 한화, 부산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 CJ그룹을 거쳐 이번에는 전재국 씨로 이어졌다.

연세대를 나와 미국 유학시절 그림에 눈 뜬 전재국 씨는 시공사라는 출판사를 차린 후 미술품 수집과 미술서적 출간, 갤러리 사업을 연속적으로 펼쳤다. 다각도로 아트사업을 전개하면서 미술품을 여로 경로로 샀던 것. 따라서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 해외미술, 제3세계 미술까지 그 종류가 다종다기하고, 재화적 가치가 있는 것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것까지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그중에서도 1994년~95년 출간된 한국 작가 55명의 국영문 혼용 화집 ‘아르비방'의 경우 미술사업에 대한 전 씨의 의욕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고영훈 김호득 구본창 김수자 김홍주 류인 문범 배병우 서용선 심문섭 오수환 오원배 오윤 이강소 이왈종 임옥상 조덕현 한운성 황창배 등 실력파 작가들의 화집을 적지않은 돈을 쏟아부어가며 제작하는 한편으로, 이들 작가의 작품(대부분 대작)을 이런저런 경로로 사들였던 것. 작가들 중에는 자신의 그림을 전달하고, 아르비방 화집을 매입한 경우가 많아 전 씨의 미술품 중에는 이 부분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밖에 전 씨는 대리인을 내세워 국내외 화랑및 경매 등에서 각종 작품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경자, 김종학 화백의 판화에서부터 불상 조각이 있는가 하면, 데미안 허스트(영국)와 프란시스 베이컨(아일랜드)의 판화까지 수집품의 폭이 매우 넓고 각양각색이다.

반면에 CJ 이재현 회장은 철저히 ’투자‘에 입각해 유명작가의 대표적 작품만 구입했다. 그의 컬렉션 리스트가 이를 말해준다. 6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지목되는 이 회장은 지난 2006,7년 점당 수십억원을 넘는 유명 해외작가 작품을 포함해 특A급 미술품 138점(총 1400억원)을 사들였다. 지난 2007년 검찰 수사당시 그는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재산으로 샀다”고 소명했으나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매입작품 중 절반을 서미갤러리에 장기간 맡겨놓았다는 것 또한 감상이 목적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이 회장은 최고 인기작가의 작품만 쪽집개처럼 매입했기에 7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되팔 경우 총 2000억~2500억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니트론’(41억원) 데미언 허스트의 설치작품 ‘스트립티저’(70억원), 제프 쿤스의 조각 ‘그린 링’(40억원) 등은 글로벌 아트마켓에 내놓을 경우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소위 ‘브랜드가 된' 작품들이다. 


한편 미술품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가격이 ’똑‘ 떨어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제작연도및 완성도에 따라 값이 다르다. 이같은 특성을 악용해 서류상 금액과 실제 거래가를 달리해 이중계약을 체결한 후 차액을 빼돌리는 예가 간혹 있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 존재하는 유령 회사)를 만들어 이를 통해 그림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한 다음, 비자금을 조성하는 수법도 가능하다. 미술품 담보대출의 경우 작품 평가액이 평가처마다 서로 수 있는 점을 악용해 통상가 이상을 대출해 그 차액을 챙기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올초부터 정부가 미술품양도세를 시행하고 있어 이같은 편법과 불법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즉 6000만원 이상의 작고작가 작품 거래시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고 있어 화랑 등의 거래내역을 국세청이 낱낱이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미술품 거래내역의 파악이 힘들고, 현금거래가 많아 탈세나 불법이 상당부분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빠르게 달라졌다. 세금계산서를 통한 거래, 신용카드 결재 등이 급격히 늘면서 거래가 투명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미술품이 다른 분야에 비해 가격 조작이 용이하고, 거래 증빙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탈세나 비자금 조성이 여전히 가능할 것이라 보는 이들이 많다.

이에대해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연이은 사건으로 미술품이 비자금 조성의 원흉처럼 비춰지고 있으나 이는 지극히 일부에 해당된다”며 “작품 거래가 대부분 기업 대 기업(화랑)간 거래여서 세금계산서가 오가고 있다. 또 개인들도 신용카드나 온라인 뱅킹을 통해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며 “전재국 씨가 숨겨놓은 깜짝놀랄만한 미술품이 제4의 장소에서 추가로 나올진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압수한 미술품 중에는 몇몇 아르비방 작가의 작품과 데미안 허스트의 판화, 이대원 화백의 ‘농원', 배병우의 사진 등을 제외하곤 시장에 내놓았을 때 상품성은 그닥 없는 작품들"이라고 분석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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