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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헌절은 왜 빨간 날이 아니에요?”…국회가 ‘찬밥’ 취급 받으니…
국민들, 휴일 아닌 것에만 주목
국경일 지정된 의미는 무관심

존경받는 정치인 부족한 현실
헌법마저도 가치 인정 못받아




“제헌절을 무시하나. 나름 국경일인데.”

65돌 제헌절인 17일, 출근길에 만난 동료들이 흔히 나눈 대화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아침 일찍 글을 올린 네티즌마다 “왜 제헌절만 빨간 날이 아니냐. 헌법을 무시하나” 같은 글들이 많았다.

제헌절은 우리나라의 5개뿐인 국경일 중 하나다. 독립운동의 상징인 삼일절, 독립의 꿈이 이뤄진 광복절, 한민족 반만년 역사가 시작된 개천절, 우리만의 고유 문자인 한글이 만들어진 한글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대한민국의 기틀이 된 헌법은 광복이나 한글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독 제헌절만 공휴일이 아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공휴일 조정 차원에서 함께 ‘검정 날’이 됐던 한글날도 어느덧 다시 ‘빨간 날’로 돌아왔지만, 제헌절만큼은 여전히 검은색이다.

국민들도 “쉬지 못해 아쉬워”라는 불만이 있을 뿐, 진심으로 헌법을 생각하고, 헌법을 만들고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국회를 존경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65주년 제헌절인 17일 오전 국회는 NLL과`귀태(鬼胎)` 발언 파문으로 국회 일정이 중단되는 등 국회가 상식과 이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아우성이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이는 지난해 한글날이 다시 ‘빨간 날’로 돌아왔을 때, 많은 국민들이 우리 고유 문자인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공휴일 재지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과도 대비된다. 국민들 마음속에는 ‘헌법은 한글의 발 끝에도 못 미치는’ 존재일 뿐이다. 헌법을 존중하자며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서명을 받는다 해도, 비웃음만 사고 말 것이다.

제헌절이 찬밥이 된 책임은 국회의원, 또 정치인에게 있다.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을 바탕으로 국민들로부터 선택받고 또 혈세로 월급받는 국회의원, 그리고 정치인들이 존경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헌법까지 그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이제부터라도 초선 의원 입에서 “하는 짓들이 제정신이 아니라서 하고 싶은 말도 없다” 같은 말이 나오지 않는, 제대로 된 정치가 되길 모두 바랄 뿐이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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