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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탈리 레테 “심각한 그림요? 전 행복한 그림이 좋아요”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심각한 그림요? 물론 그런 그림이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는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행복한 그림이 좋아요.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며 즐거우면 되는 것 아닌가요?”

프랑스 작가 나탈리 레테(Nathalie Lété,49)는 편안하고 담담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롯데백화점 12층)에서 ‘비밀의 화원(The Secret Garden)’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8월 5일까지 개인전을 갖는 레테는 미술사에 남을 작가 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를 즐겁게 이어가며 ‘대중과 그 즐거움을 나누는 작가’가 되길 바랬다.

프랑스를 무대로 유럽및 미국, 일본 등지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나탈리 레테는 이번 서울 전시에 유화, 판화(실크스크린) 등 8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 화려한 원색으로 이뤄진 다양한 아트상품도 전시하고 있다.

 


레테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전천후 엔터테이너 작가이다. 국내에서도 아트상품이나 그림책 삽화로 소개돼 비교적 친숙한 편이다. 그러나 그의 원작은 접할 기회가 드물어, 서울에서의 개인전은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삽화가이자, 아트상품을 통해 널리 알려진 레테의 달콤하면서도 자유로운 작업세계를 직접 살필 수 있는 기회다

나탈리 레테는 중국인 아버지와 체코계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독일 바이에른의 외가를 찾아 너른 숲에서 뛰놀며 상상력을 키웠다고 한다. 그의 그림 속 조각보처럼 이어붙인 스타일이며 화조문과 당초문 등 은 아시아적 요소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동유럽의 민속적 요소까지 자연스럽게 뒤섞었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이런저런 걸 만드는 걸 무척 좋아했던 습관은 지금도 이어져, 표현하고자 하는 테마를 회화, 판화는 물론이고 자수, 편물, 도자기 기법까지 넘나들며 그 폭을 넓히고 있다.

 


그의 작업은 그야말로 한계가 없다. 회화가 기본이지만, 어린이 그림책 삽화는 물론이고 커피잔, 쿠션, 가방 등등에 그의 그림이 장식된다. 때로는 직접 카펫트나 쿠션을 짜기도 하고, 도자기도 빚는다. 한마디로 전방위 아티스트인 셈.

뒤페레 응용미술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파리 에콜 드 보자르에서 판화를 전공한 레테는 장난감, 새, 꽃, 부엉이, 올빼미, 강아지, 파리의 에펠탑을 반복적으로 그린다. 풍부한 색과 자유로운 선, 그리고 때론 시적인 느낌이 감상자로 하여금 동화의 세계로 이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이세이 미야케와 작업했는가 하면 뷰티브랜드 부르주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모노프리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현재도 많은 출판사와 일하고 있고, 도자기 회사인 ASTIERDE VILLATTE, 완구회사인 VILAC 등과 손잡고 일하고 있다. 

작가는 붓을 통해 사랑스러우면서도 때론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심술궂은 표정을 넘나들며 삶의 희노애락을 표현한다. 형형색색의 들꽃과 풀벌레, 버섯이 등장하는가 하면 온갖 동물을 마치 의인화하듯 그린다. 이로써 잊혀진 유년의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작은 미물과 별 것 아닌 사물에서도 경이로운 탄성과 표정을 찾아내, 이를 거침없이 그리는 나탈리 레테의 화법(畵法)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최근에는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이와 소시지를 의인화한 회화및 입체작품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레테는 ”프랑스 순수 미술계에선 내 작업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단색조로 묵직한 추상화를 하는 남편의 작업 또한 내 작업과 궤를 달리 한다. 응용미술가로 몰아세우는 이들도 있지만 별반 개의치 않는다. 나는 내 그림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걸리는 걸 바라지 않으니까.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작가는 13일 오후 전시장에서 페인팅 시연 및 관객과의 만남도 갖는다.

성윤진 롯데갤러리 큐레이터는 ”나탈리 레테는 예술과 공예의 중간적 위치에서 가벼움과 무거움, 장식성과 회화성, 상업성과 순수성 사이를 오가며 즐거운 ‘파티’를 열고 있다. 그가 매력적인 색채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꾸민 ‘비밀의 화원’에 많은 이들이 들어와 여름 날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작품사진 제공=롯데갤러리, 작가 사진촬영=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02)726-4456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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