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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턴기자가 본 여의도>보여지는 국회, 보고싶은 국회
“카메라 가리지 말고 비켜주세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 주위에 기자들이 몰려든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놓고 이제 막 회동이 끝났다. 국회의원의 입모양과 손동작까지도 놓칠 수 없는 기사거리인 모양이다.

양 쪽 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합의 못했다’다. 다음 날 각 신문 정치면은 ‘국회 파행’이 제목으로 뽑혔다.

같은 시각 취재기자들이 자리 잡고 있는 국회 정론관은 조용하다. 정론관 한 쪽에 있는 기다란 책상에는 날마다 새로운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가 놓여진다. 기자실을 일일이 돌며 직접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보좌관들도 보인다. 새 법안의 발의 또는 사회적으로 법 제정이 필요한 사안을 언론에 알리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보도자료들이 실제 기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자들은 마감에 쫓겨 자료제목만 읽어보고 기사화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사화는 안됐더라도, 법제화는 됐을까? 국회에 첫발을 디딘 때는 공교롭게도 6월 국회가 끝나는 날이었다. 많은 법안들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다. 대기업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과 갑을관계 방지법 등 기대를 모았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부결됐다. 통상임금 문제나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은 양당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본회의에 이르지도 못했다. 압도적인 찬성표로 가결된 것은 ‘2007년 남북정상대화록 열람 가결’이다.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사안이다.

국회에서 보니 국회의원들은 생각보다 열심히 일한다. 문제는 열심히 한다고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만들어졌지만 상정되지도 못하는 법안이 태반이며, 굵직한 법안들도 본회의장에서 무산되기 십상이다.

6월 국회가 끝난 직후 열린 첫 원내대표회의에서 여야는 모두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다소’ 부족했지만 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정쟁으로 인한 혼란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처리되지 못한 법안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이제 국회의 관심은 국정원 국정조사 및 대화록 열람이다. 하지만 정쟁이 깨끗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해묵은 정쟁이 아니다. 내 손톱밑 가시를 뽑아줄 제도의 마련이다. 국민들이 ‘보고싶은 국회’와 지금 ‘보여지는 국회’와의 격차가 좁혀지기를 기대해본다.

박사라 인턴기자(경희대 통번역학과 4년ㆍ09학번)bluechip6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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