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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홍길용> ‘최고존엄’ 에도 거침없는 원장님의 애국
살림살이도 어려운데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 두 ‘원장님’이 장안의 화제다.

감사원장은 전직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고, 국정원장은 전 전직 대통령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했다. 감사원장은 전직 대통령 때 임명됐고, 국정원장은 전전직 대통령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남북관계에서 등장하는 말로 보면 한때 이들에게 두 전직 대통령은 ‘최고 존엄’이었던 셈이다.

두 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천인공노할 일이 분명하다. 그런데 두 원의 발표는 사실(fact)보다 해석에 가깝다.

감사원은 건설사 담합 과정과 수심 깊이로 볼 때 4대강 공사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고 해석했다. 국정원은 남북정상 대화록에서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공동어로구역이 논의됐으니 대통령이 매국(買國)했다고 해석했다. 이명박정부는 사기꾼 정부요, 노무현정부와 민주당은 종북ㆍ반역자라는 얘기다.

4대강이나 NLL발언은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 당장 이명박정부 관계자들은 4대강의 보와 대운하를 위한 갑문은 아예 다르고, 수심을 유지한 것은 홍수조절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NLL 발언은 워낙 논란이 많아 국회에서 진위를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행정부가 가치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원장들의 강한 소신인지, 과잉 충성인지, 윗선의 지시였는지 뒷담화가 무성하다.

만약 소신이나 충성 때문이라면 원장을 보좌하는 공무원들은 뭔가. 전 정부, 전전 정부에서도 일한 이들은 소신도 상식도 야망도 없이 원장 지시만 따르는 영혼 없는 좀비집단인가.

감사원과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강력한 실권을 가졌다. 대통령도 힘을 쓰려면 이들에 의지할 정도다.

전직, 전전직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으니, 다음 대통령 때에는 과거 권력의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특히 ‘애국’이라면 못 할 게 없어 보인다. 공교롭게 두 원이 애국한 날, 전직 국정원장이 뇌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애국도 참 가지가지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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