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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국민 사기” vs “정치적 표적감사” 확등돌린 現-前정권
靑 “원전비리와 더불어 털건 털고 간다”
민심 반영 MB정부와 선긋기 강한 의중

親李측 “검증끝난 사안 무리한 끼워맞추기”
감사원선 미묘한 시점 발표 “할일 했을 뿐”



“4대강이 대운하로 둔갑할 수 있냐. 이번 감사원 발표는 정치적인 결과다.”(새누리당 친이계 의원) vs “실상은 대운하 한 것 아니냐. 국민을 속인 것이다.”(청와대 관계자)

이명박정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감사원은 ‘집단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전 정권에 칼날을 정조준하고 있고, 전 정권 인사들은 ‘표적 정치감사’라며 흥분하고 있다.

▶청와대 “털 건 확실하게 털자”=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10일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공개되자 “감사원 감사결과가 사실이라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며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의 발언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 부품비리 사건 당시의 데자뷔로 보는 이들도 있다. 청와대가 그만큼 유독 원전 비리와 4대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찌감치 4대강과 원전 모두 국민정서상 파급효과가 큰 만큼,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정부와의 확실한 선긋기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 새롭게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는 관측도 있다.

이명박정부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과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을 ‘신의가 없는 대통령’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전 정권처럼 인위적으로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동원해 잘못을 들춰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전 정권의 문제에 대해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4대강이 대운하로 둔갑했다…진실공방=새누리당 친이계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도화지에 개를 그리다가 호랑이를 그릴 수는 있지만 새나 곤충을 그리다 호랑이를 그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4대강의 ‘보’와 대운하의 ‘배 갑문’은 완전히 다른데도 억지로 4대강을 대운하 사업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이미 한창 논란이 됐고 검증이 끝난 사안인데 감사원이 뒷북을 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MB정부가 대운하를 하고 싶어 하기는 했지만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여론과 정치권의 역학관계 때문에 포기했다”며 “왜 이 시점에서 감사원이 그런 당혹스러운 결과를 발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정부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감사원이 언제부터 추측이나 게스(guess)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배경이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대통령께서 늘 말씀하신 게 ‘물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당치 않게 하는 소리’였다”며 “대운하는 분명히 접었고, 실제로도 안 했다”고 강조했다.

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은 11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4대강 사업은 기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고,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고려해 진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사들의 담합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디까지나 공사기한을 맞추는 게 시급했기 때문에 턴키입찰을 한꺼번에 한 것일 뿐, 건설사들의 담합을 방조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에 관여했던 정부 관계자도 “감사원이 포괄적으로 보지 않고 유리한 사실만 추려서 대운하로 몰고 가는 것 같다”며 “정치적 논란에 휘말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민감한 감사결과가 나오면 다들 꼭 그렇게 얘기들을 한다”며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석희ㆍ조민선ㆍ원호연·윤현종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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