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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백한 이 소녀…로마에 상륙한 권경엽의 ‘화이트 엘레지’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붕대를 칭칭 감은 소녀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창백한 소녀의 눈에선 곧 눈물 방울이 떨어질 듯하다. 왠지 슬픈 정조가 느껴지는 이 그림은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권경엽(38)의 ‘센티멘탈’이란 신작 유화다.

여성작가인 권경엽은 어려서부터 얼굴 그리는 걸 좋아해 시간만 나면 사람 얼굴을 그렸다.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속 여성 캐릭터를 즐겨 그렸는데, 작가가 된 뒤론 눈부시게 흰 바탕에 투명한 얼굴의 소녀를 그리고 있다.
평온, 기쁨, 슬픔, 사랑, 고통, 소외 등 인간의 감정을 차분한 톤으로 표현하는 그는 ‘상처 입은 인간’을 그리기 위해 ‘붕대’로 얼굴과 몸을 감싼 가녀린 소녀들을 등장시켜왔다.

다분히 비현실적인 그림 속 인물들은 슬프고도 아련하다. 그리곤 감상자로 하여금 깊은 수면 아래 꼭꼭 감춰두었던 오랜 상처를 떠올리게 만든다.


특유의 인물화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권경엽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로마의 도로시 서커스(Dorothy circus) 갤러리에서 오는 15일까지 ‘권경엽- 화이트 엘레지(White Elegy)’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갖는 작가는 이번에 붉은 바탕에 쇼킹한 붉은 옷을 입은 금발 소녀를 그린 ‘레드 문’등 새로운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선영 씨는 “권경엽의 작품은 멜랑콜리하다. 그의 작품을 온통 물들이는 멜랑콜리, 연약한 자아에 깊이 침윤되어 있는 우울한 정서는 말이나 행동의 의지를 빼앗는다. 이러한 부동성은 애매함과 결합하며 신비함을 낳는다”고 평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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