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공자 이야기는 많지만 ‘왜 그토록 공자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은 많지 않다. 공자의 말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 바쁜 책들 사이에서 ‘일본의 국민작가’ 이노우에 야스시가 말년에 쓴 ‘공자’(학고재)는 공자란 인물을 체온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노우에 야스시는 ‘돈황’과 ‘풍도’ 등의 역사소설로 잘 알려진 작가로 60세 이후 줄곧 공자에 심취해 늘 공자의 생애를 다룬 소설을 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1986년 79세의 고령으로 식도암 수술을 받고 식도를 잘라냈음에도 불구하고 1400장의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6번의 중국 답사를 감행했다. 집필을 만류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노우에는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니 내가 알 바 아니다”며 계속 써내려갔다. 그는 탈고 후 1년 후인 1991년 세상을 떴다. 노 작가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천명’(天命)이었다.

소설은 채나라 사람 ‘언강’이 주인공이다. 그는 이곳저곳을 떠돌다 송의 도성에서 잡일을 하다가 공자의 안내를 맡게 된 인물로 나중에 공자의 제자가 된다. 당시 공자는 서럽고 곤핍했던 시절이다. 62세의 노구를 이끌고 계 씨의 박해를 피해 모국을 떠나 위나라, 조나라, 송나라를 5년째 떠도는 중이다. 초라한 행색과 제자들, 그날그날의 끼니를 걱정하고 그들을 해하려는 이들을 피해 달아나는 도망자와도 같은 모습이다. 관찰자였던 언강에게 큰 깨달음을 준 일이 생긴다. 천둥과 번개,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날 밤, 언강은 빗속에 묵묵히 좌정하고 있는 공자의 무리를 보게 된다. 천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그는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자신을 해하려고 환퇴가 쫓고 있다는 걸 알고 공자는 “하늘이 내게 덕을 내리셨으니 환퇴가 나를 어찌하리오?”라며 담담해한다.

저자가 그려내는 공자는 무슨 신출귀몰한 재주와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는 인물이 아니다. 결코 귀신을 모시는 일을 비판하고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강조하며 고향 마을에 등불이 켜지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는 인간의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이루려 노력한 현실주의자다. 언강의 시선에 작가의 말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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