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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시의 깊이갈이와 응축의 묘미’ 외 출판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공간적 사유(마이크 크랭 외 지음, 최병두 옮김/에코리브르 펴냄)=현대에서 철학 및 사회이론의 핵심대상이 되고 있는 공간에 대한 종합적 사유를 담았다.

공간은 모든 근대사상의 거처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문은 공간을 임의적으로 사용하거나 학문마다 공간을 다르게 정의한다. 예를 들어 문예이론에서 공간은 흔히 문체를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텍스트 조직자다. 인류학에선 공동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수단이 된다. 저자의 공간에 대한 사유는 과정으로서의 공간을 지향한다. 언어의 공간과 자아 및 타자의 공간에서 시작해 근대성 공간의 두가지 요소, 장소의 공간과 요동을 거쳐 경험의 공간과 저술의 공간으로 나아간다. 실제와 관념, 가상을 아우르는 공간탐색이 만만치 않다.

▶소문의 여자(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오후세시)=한 지방도시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하면서 위선적인 일상과 그곳에 출현한 미스터리한 여자가 일으킨 사건을 그렸다. 한 여자를 둘러싼 소문의 실체를 밝혀가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드러나는 것은 여자의 진실이 아니라 별 볼 일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비루한 일상이다. 모두가 행하는 악은 악이 아닌 걸로 치부하는 취약한 윤리의 허점을 꼬집는다. 온갖 더러운 소문을 몰고 다니며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악행을 일삼는 미유키,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야쿠자조차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는 오쿠다 히데오의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응시하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중국 개항도시를 걷다(김능우 외 지음/현암사)=중국의 개항도시는 ‘중국 안의 작은 서양’으로 불린다. 현대문명과 식민지성이 가장 농후하게 담겨있는 곳이다. 저자들은 중국 고대의 전통 대외무역항과 근대의 국제 통상항 등 식민화와 현대화가 혼재된 이 독특한 도시풍경과 동서양 문명 교류의 현장을 다방면에서 천착했다. 광주에서 하문, 천주, 영파, 상해로 올라가는 경로를 따라 저자들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독창적인 공간으로 재창조했다. 도시 자체의 구조인 외탄과 조계지, 기루와 리농과 같은 주거공간, 아랍인과 유대인이 활발하게 이룬 국제 상권, 진씨서원과 이탁오라는 인물을 통해 본 사상적 특징, 화교문화나 마조신앙이 대두된 국내외 정세, 음반ㆍ광고ㆍ출판에 나타난 당시 대중문화와 소비문화의 특색 등 새롭게 읽힌다.

▶시의 깊이갈이와 응축의 묘미(황송문 지음/국학자료원 펴냄)=시는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다. 현대시가 아무리 실험과 변모를 거치더라도 응축의 묘미는 시의 본질적인 요소다. 저자는 한국문학의 언어가 지닌 맛과 정서에 주목, 김소월 한용운 신석정 서정주 등 한국 현대시의 거목과 최단천 정민욱 이병훈 등 시단을 풍성하게 일궈온 시인의 삶과 시를 깊이 파고들어 시어가 어떻게 형성되고 응축돼 시 세계를 형성했는지 보여준다. 이와 함께 잔잔한 언어의 세공능력을 보여준 수필가 박연구, 멋스러운 선풍도골의 시정을 담아낸 수필가 한흑구, 시적 리얼리즘과 서민적 해학을 보여주는 이정환의 소설, 오승우 화백의 그림 등 다양한 예술작품에 깃든 서정을 밝은 눈으로 포착해 정갈한 문체로 풀어놨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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