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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조 시인, 등단 60년 ‘심장이 아프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한참 후일에/‘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심장이 말할 때/고요가 성숙되었기에/이를 알아들었다//심장이 말한다/교향곡의 음표들처럼/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심장은/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심장이 아프다)

김남조 시인이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문학수첩)를 펴냈다. 등단 60년 주년을 맞은 시인의 넉넉한 미학적 결실이 담겼다.

시인이 느끼는 심장의 통증은 자기성찰의 아픔이자 감동의 뻐근함이기도 하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등단 이후 걸어온 60년이라는 시간, 이 시간 동안 시적 인식과 세계관으로 소중한 시어를 발견해낸 시인의 길을 ‘심장’이란 한 단어로 축약해낸다. 시가 오지 않아 아파하고 찾아와 설레는 시인의 고통과 희열(’나의 시에게‘), 쓰다버린 시 구절에서 다시 느끼는 펄떡임(’버린 구절들의 노트‘) 등 시와의 동고동락이 담겼다. 또 추위와 비바람을 이겨내고 부드러운 나이테를 만들어낸 나무, 낮과 밤, 신문과 커피 한 잔 등 평범한 일상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경이의 순간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그의 시는 기도로 통한다. 초기 시에서 가톨릭적 구원의 메시지와 섬세한 언어로 6ㆍ25전쟁의 폐허를 다독여온 그는 산업화 과정에선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한 울림있는 기도로 바뀐다. 삶에 대한 외경과 생명있는 것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는 이번 시에도 시인의 기도는 멈추지 않는다.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인식이 절대자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시는 구원에 이르는 기도에 더욱 가까워졌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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