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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서 추방된 미국 외교관 더 있다” 불붙는 미국 vs. 러시아 스파이 전쟁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러시아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대사관 3등 서기관 라이언 포글을 간첩혐의로 체포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올해 초에도 미국 외교관 한 명이 스파이 혐의로 러시아에서 추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다정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물 밑에서 치열한 스파이 전쟁이 전개되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러시아 국영TV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한 요원은 15일(현지시간) “이 외교관은 올해 1월 추방됐다”면서 “당시 FSB가 미 중앙정보국(CIA)에 이런 ‘불쾌한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CIA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요원은 “지난 1월 추방 조치는 FSB가 비공개 방침을 굳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에 체포된 포글이 미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CIA 요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의 이 요원은 1월에 추방된 미국 외교관이 포글과 마찬가지로 “포섭(recruitment)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그 외교관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방송들은 각기 다른 이름으로 다양한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으나 FSB는 미국 통신사인 AP의 신분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포글의 추방 결정 이후에도 공식적 언급을 피하면서 사태 확산을 최소화 하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보스턴 마라톤 테러 이후 러시아와 미국 정부가 대 테러 공조를 강화키로 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양국간 갈등 요소로 부각되는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무일 없다는 듯 스웨덴에서 만나 시리아 내전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을 가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포글의 체포 사실은 “이미 발표돼 모두가 다 아는 사안”이라며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보스턴 테러범인 차르나예프 형제가 러시아 체첸 공화국 출신이었던 만큼 포글이 형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포글에게 최대한 빨리 러시아를 떠나라고 명했지만 현재 그의 출국 여부는 불명확한 상태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한편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포글이 매수 조건을 노골적으로 제시한 편지와 거액의 현금, 싸구려 가발, 구형 휴대전화 등을 쓰는 등 스파이로서 허술한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정보기관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포그의 수법이 1970년대 식으로 보일 정도로 바보 같았고 사건 자체가 함정수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마크 갈레오티 뉴욕대 교수는 반정부 세력 확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푸틴 정부가 “국내 정치적 의도에서 이 사건을 터뜨렸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안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상대국에 대해 첩보 공작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미국 수사 당국은 금융ㆍ부동산 업자 등으로 위장해 미국에서 활동하던 러시아 정보원을 대거 적발해 추방한 바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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