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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시대를 연 역사의 거목
우리의 오늘을 만든 사람들과 마주하기
[북데일리] “세계사는 패러다임의 역사다. 수많은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생장하고 소멸하며 세계사를 엮어 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의 오리진(origin)을 거슬러 올라가면 패러다임 메이커, 패러다임 체인저들이 나온다. 오늘은 미래의 기원이다. 내일을 위한 패러다임의 창출에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이 필요하다.” (p5)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 (부키. 2013)는 각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31인의 이야기’다. 오늘날의 우리를 창조한 사람들, 바로 ‘오리진’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의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소개된다. ‘유럽의 아버지’로 불리는 샤를마뉴, 라틴아메리카를 오랜 식민 통치에서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 유럽 문명의 아버지 키케로, 노예제 폐지 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러스, 과학소설 장르를 개척한 쥘 베른, 최초의 근대적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휴대전화의 아버지 마틴 쿠퍼 등 익숙한 인물도 있고, 낯선 이들도 있다.

저자 김환영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남미학으로 석사 학위와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일보 심의위원과 외교통상부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글들은 ‘새 시대를 연 거목들’이란 제목으로 ‘중앙 SUNDAY'에 연재됐다.

‘글 쓰는 이들의 수호성인 새뮤얼 존슨‘은 모든 영어 사전의 기초를 만든 사람이다. 그의 <영어 사전>은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에게 문체와 작품 철학의 원천이었고,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데뷔하기 전에 작가 수업을 위해 통독했던 책이다. 또한 미국 독립선언문, 헌법 등 미국 혁명의 주요 문헌에 대해 정확한 의미 분석을 하려면 존슨의 <영어 사전>을 참고해야 한다. 새뮤얼 존슨은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글을 썼고, 엄청난 다작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혹독한 상황이 놓여 있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고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았다. 평생 건강도 좋지 않았다. ‘우울증, 불면증, 천식, 관절염, 투레트 증후군(운동 틱과 음성 틱의 두 증상이 함께 나타나며, 폭발적 욕설 등의 증상을 보이는 신경 계통 장애)에 시달렸고 강박 장애(OCD)’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영국이 자랑하는 ‘제2의 셰익스피어’다. (p250~p253)

새시대를 여는 선각자는 보통 사람과 무엇이 달라도 달랐다. 러시아 근대화를 이끈 개혁 군주 표트르 대제가 이를 웅변한다. 그는 개혁과 개방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표트르 대제는 18개월 동안 서부 유럽을 방문했다.

'신하 250명으로 꾸린 대사절단이었다. 떠나기 전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나는 배움이 필요한 학생이다.”라고 적힌 인장을 만들었다. 평민 복장으로 서부 유럽을 돌아보며 병원, 박물관, 극빈자 수용소를 방문하고 치과 의술, 수술법도 배웠다. 표트르 대제는 영국에서 직접 막노동을 하고 노동자들과 어울렸다. 네덜란드의 조선소에서 목수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p26)

이 책은 저자가 말한 대로 ‘단락마다 생각을 부르는 흥미로운 팩트(fact)가 연이어 펼쳐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각 인물의 이야기는 10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문장도 단문으로 써서 쉽게 읽힌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시간’에 세계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거물들의 몰랐던 이야기까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졸음 쏟아지는 일상에 몇 모금의 카페인을 공급하는 것과 같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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