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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분노하라’ 스테판 에셀의 마지막 자서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2011년 불과 몇십 쪽에 불과한 책 한 권이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93세의 레지스탕스이자 사회운동가인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프랑스에서 출간 7개월 만에 200만부가 팔리며 ‘분노 신드롬’을 일으켰다.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라고 외친 이 한 마디는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스테판 에셀 자신도 그 파장에 놀랐을 정도다.

지난 2월 27일 향년 95세로 타계한 그가 지난해 발표한 마지막 자서전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문학동네)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뜨거운 신념으로 일생을 살아온 그의 열정적 삶과 그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만남과 모험을 얘기한다.

스테판은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분노하라’에 대한 일종의 해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분노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여기에는 ‘분노~’에서 보여줬던 높은 외침은 찾아볼 수 없다. “분노는 하나의 명백한 의도와 연결될 때만 가치를 발휘한다”, “분노 자체만으로는 세상의 이해를 도모할 수 없다”, “비폭력은 갈등의 원인들을 제거하고자 할 때 취해야 할 정치적 노선이며 필수 불가결한 전략이다”, “분노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일 수도 있다” 등 분노를 제대로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는 “분노하라는 말보다 미래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더 근본적인 메시지는 용기와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측은지심이라는 보물을 우리 안에서 찾아내자’는 등 그에게 어울릴 성싶지 않은 말들도 종종 등장한다. ‘분노하라’로 스테판을 투쟁적인 이미지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이 책에서 보이는 스테판의 모습이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인생을 풍부하게 산 이의 지혜가 빛난다.

책에는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며 자유와 행복을 온몸으로 감당한 영화 ‘쥘 앤 짐’의 여 주인공 모델이 된 어머니 헬렌 그룬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또 그의 나이 열일곱 살에 서른네 살이었던 친구의 어머니와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이야기, 그의 생애 단 한 번 찾아온 동성애 경험 등 그 자신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도 담겼다. ‘이제 모든 것을 말하지요… 거의 모든 것을’이란 책 제목대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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