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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송혜교가 말한다..연기-루머-결혼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송혜교의 드라마였다. 단 한번도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 없었고, 상대역 조인성보다도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사실 오영은 그에게 어머어마한 숙제였다. 시각장애를 지닌 캐릭터임과 동시에 절망, 슬픔, 분노, 사랑 등 복합적인 감정을 그려내야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기피했을지 모를 역할이었지만, 송혜교는 녹슬지 않은 연기 내공을 발휘했다. 흉내만 내는 연기가 아닌 마치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온전히 오영의 모습을 선보인 것.

송혜교는 아직 오영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오영을 연기해서 그런지 아직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는 게 어색하다”며 웃는 그를 이태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그 겨울’, 힘들었지만 놓고 싶지 않다

송혜교에게 ‘그 겨울’은 너무나 힘든 작품임과 동시에 처녀작보다 더 아련한 드라마였다.

“감정연기가 정말 쉽지 않았죠. 힘든 작품이었어요 감정에 빠져서 얘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눈물이 흐를 때도 있었죠. 모든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한데 이건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그 시간이 너무 그립고 다시 괴롭힘을 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보내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저 뿐 아니라 작가 선생님, 감독님 스태프들 다 마찬가지더라고요.”

‘그 겨울’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다.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2002)을 기반으로 한 이 드라마는 큰 틀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내용으로 그려졌다. 허나 송혜교는 국내에서도 영화로 리메이크 된 작품을 또 드라마로 꾸몄다는 것에 우려가 있었다.

“솔직히 원작이 있는 드라마고, 많이 알려진 작품이잖아요.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왜 이제와서 리메이크를 또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노희경 선생님이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될 거라고 확신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선생님을 믿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2009)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노희경 작가와 송혜교. 노 작가는 준영 에게 투입된 송혜교의 시니컬한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오영 역시 전적으로 송혜교에게 맞춰진 캐릭터였다.

“선생님이 처음에 오영이라는 캐릭터를 쓰실 때부터 ‘그사세’때 준영이의 지나간 표정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표정을 이번 ‘그 겨울’에서 메인으로 쓰자고 하셨어요. 이번 작품은 여유가 있어서 준비를 많이 했죠.”

# 송혜교, 조인성에 반하다 ‘오수앓이’

‘그 겨울’의 백미는 단연 송혜교와 조인성의 멜로였다. 하류 인생을 살았던 오수가 오영을 만나면서 변하고, 삶에 미련이 없었던 오영이 오수를 만나면서 다시 새로운 삶을 꿈꾸는 과정이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졌다. 애틋한 멜로인만큼 두 사람의 호흡이 관건이었다.

“전 참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웃음) 인성 씨는 정말 친절하고 매너 있고, 현장 분위기도 잘 띄우는 친구에요. 워낙 인성 씨가 키도 커서 영이가 더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었죠. 인성 씨 뿐 아니라 배종옥 선배님, 김태우 선배님, 은지 등 다른 분들도 너무 좋았어요. 제가 워낙 인복이 많은 편이거든요.(웃음)”

조인성과 호흡 중 가장 미안했던 장면으로 오영이 오수에게 업히는 신을 꼽았다.

“많이 미안했죠. 저는 몰랐는데 어떤 스태프 분이 밥 먹을 때 인성 씨 손이 떨린다고 하더라고요. ‘널 업고 나서 손을 덜덜 떤다’고 하는데 정말 미안했어요. 그러게 작가님은 원래 대본에 없는 걸 왜 넣으셔서..(웃음)”



언제나 인기 스타에게는 루머가 꼬리표처럼 달려있는 것처럼 송혜교 역시 루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도 나가기 전에 인성 씨와 루머에 대해서 알고 있었죠. 제가 밥 먹자고 인성 씨를 꾀었는데 안 넘어왔다는 글을 봤어요. 밥이라도 한 번 먹자고 얘기해 봤으면 억울하지도 않죠. 보면서 어이가 없다 못해 웃기더라고요. 허무맹랑한 소문이 좋은 관계도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다행인 건 현장에 있는 분들도 저랑 인성 씨가 그렇지 않단 걸 아니까 다 웃으시더라고요.”

# 결혼보다 일이 우선

해를 넘길수록 농익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송혜교. 그를 롤모델로 삼은 신예들도 꽤 있다. 이에 그는 “내 앞가림도 못하는데 누구에게 조언을 해주겠냐”며 털털하게 웃었다.

“여배우로 시작한 이상 앞으로도 아픈 날들이 너무 많을 거에요. 쓸데 없는 루머로 상처받을 때도 많을 거고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에요. 참아내고 이겨야하죠. 그냥 일 자체를 마음껏 즐기길 바래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꼭 했으면 좋겠고요. 남들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즐겼으면 좋겠어요.”

송혜교는 여배우로서도 독특한 행보를 걷고 있다. 저예산 영화에도 서슴지 않고 출연한다. 이익보다는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우선이다.



“작품적으로 인기가 없다 해도 상관없어요. 작품 선정 기준이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제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나 메시지가 있다면 좋죠.(웃음) 또 그 작품이 부족한 게 눈에 보이더라도 감독님과 대화했을 때 모자란 부분을 채워갈 수 있으면 마음에 들더라고요.”

한 층 성숙해진 연기력만큼 연애보다 일이 먼저다.

“결혼이요? 언젠가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 결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누군가를 챙겨주고 이런 것들이 아직은 귀찮네요. 제가 살가운 성격도 아니고.(웃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뭔가 결혼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긴 하겠죠.”

지난 1998년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깜찍한 연기를 펼쳤던 송혜교. 15년이 지난 현재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톱’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매 작품마다 대중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송혜교의 앞날이 기대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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