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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마의' 유선, 양 극단 소화하는 色 강한 배우를 꿈꾸다
“장인주라는 인물은 ‘침귀’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의녀였어요. 하지만 ‘마의’에서는 그의 활약상이나 의학적 실력이 비춰지지 않아서 아쉬워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마의’를 떠나보낸 배우 유선의 한마디였다. 주로 선이 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백광현의 사형이자 강지녕(이요원 분)에게 의술을 가르치는 등 멘토의 모습을 그려냈다.

“원래 제가 극중 백광현 보다 사암선생님을 먼저 만난 수제자이기도 하고, 진보된 많은 의술을 익힌 의녀인데, 이와 관련한 모습은 없었던 것 같아요. 또 강지녕을 대함에 있어서도 스승과 같은 모습이 많이 생략된 것 같아요. 이명환(손창민 분)과 정인으로서 스토리도 많이 다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감독님도 미안해 하셨어요.”

작품에 대한 아쉬움은 이에 임하는 애정과 비례한다. 그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 아쉬움이 더욱 짙게 묻어나왔다. 배우들을 비롯한 시청자들이 ‘마의’를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들 주인공에게 위기가 찾아오면 극복할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단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낼까 기대하는 거죠. 감독님께서 그 과정을 잘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중간 중간 궁금한 긴장감도 부여해주시잖아요. 간혹 일부에서는 ‘전작과 비슷한 답습이 아니냐’라는 말도 하지만, 시청률이 말해주잖아요. 덕분에 촬영 내내 기운내서 즐겁게 임할 수 있었어요.”


촬영 현장에서 이병훈 PD의 열정은 정평이 나 있는 상태다. 특히 사극에 있어서는 이미 ‘거장’ 혹은 ‘명장’의 소리를 듣는 그이기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감독님께서 인터넷 모니터링을 많이 하셨어요. 배우들도 네티즌들의 반응을 잘 안 볼 때가 있는데, 감독님께서 대본 연습 때 소개해주시곤 했어요. 특히 수술 장면에서는 선생님 대동 하에 철저하게 신경을 쓰셔요. 시청자들에게 의혹이나 지적이 나오지 않게 말이죠.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감각을 가지신 분이세요.”

이렇듯 남녀노소가 쉽게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에, 자극 없고 순수한 ‘착한 드라마’로 불렸던 ‘마의’는 시청률 면에 있어서 줄곧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소재가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던 것이다.

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촬영장에는 항상 활력이 가득했다. 더운 여름을 지나 겨울까지 긴 호흡을 이어온 촬영장에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을까.

“한여름에 시작해서 완전 추웠던 한겨울을 맞이했어요. 사극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 있는데, 여기에 가장 추웠던 겨울을 나는 게 쉽지 않았죠. 극중 수술 장면은 한겨울에 촬영했는데, 나무 침대에 이불 하나 깔고 딱딱한 바닥에 누워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권보아 씨가 처음에 정말 고생하면서 찍었죠. 그 다음 타자로 한상진 씨가 촬영했는데, 밑에 전기장판을 깔아달라고 요청했어요. 누구도 생각 못하고 있었던 거죠. 덕분에 수술 당하는(?) 환자들이 고생을 덜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어요.”


이렇듯 고생도 하면서 웃고, 울고, 떠들면서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마쳤다. ‘마의’를 떠나보내는 유선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휴식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끝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 기간이 길었잖아요. 하지만 막상 종방연에 참석하고 그동안 찍었던 스틸 사진들이 화면으로 나오고 주제가가 나오니까 생각이 달라졌어요. 또 그동안 분장한 모습만 봐왔던 사람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찾아서 착석해 있는 모습을 보니 문득 먹먹해졌어요. ‘정말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막상 떠나보내려니까 섭섭하기도 했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유선은 잠시 휴식을 가지려 한다. 더 나은 모습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인 셈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창조적 직업 중 하나잖아요. 심신을 다 쏟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죠. 심지어는 일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예민해지기도 하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작은 것 하나에도 영향을 받는 업 앤 다운이 심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래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돼 다른 감정들과 나의 감정들이 혼연일체가 돼 뿜어져 나올 때 그 카타르시스를 아는 사람은 빠져나올 수 없을 거에요.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희열, 갈망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들을 시도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코믹하고 친근한 캐릭터부터 선 굵은 강한 캐릭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던 유선은 또 어떠한 모습에 도전하고 싶을까.

“감정의 양 극단을 경험하고 싶어요. 코믹부터 아주 센 역할까지요. 왜 형사 역은 남자들이 대부분일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정말 터프하고 멋진 액션을 펼치고 싶은 욕심도 있거든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 그는 재치 넘치는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또 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찾을 것을 약속했다.

“지금 제 나이에서 30대 초반 캐릭터는 정말 편안하게 갈 수 있어요. ‘마의’에서 경험도 있으니 40대 중반까지는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다 생각해요. ‘본래 나이의 앞뒤로 가능한 배우. 이런 배우 많지 않죠.(웃음) 그동안 많은 분들이 믿고 신뢰해 주셔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동안 유선이라는 배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틀이 생긴 것 같은데, 그것을 벗어나고픈 시도로 다양한 색깔을 연상하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자신을 표현할 때 가장 행복한 배우 유선이 다음에는 또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게 될 것인지 기대가 모아진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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