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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된 경복궁 총독관저의 비밀
왜 수궁터에 지어졌을까... 숨은 음모
[북데일리] 옛 성터. 둥글게 뚫려 있는 문 위로는 담쟁이 넝쿨이 무성하게 덮여 있고 벽은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다. 들꽃과 잡초들이 자라고 있는 땅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다. 그 위로 남자의 검은 그림자가 비친다. 멀리 자욱한 안개에 쌓인 숲속과 합쳐져 비밀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책일까?  <금지된 정원> (곰. 2013)의 책 표지를 본 순간 떠오른 생각이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이 결합된 역사소설이다.

종로구 세종로 1번지. 현재 청와대가 위치한 그곳은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총독관저가 들어선 장소다. 총독관저는 1993년에 철거되었고 그 자리를 ‘수궁터’라 부르게 되었다. 이 소설은 조선 시대 백성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풍수사상을 소재로 총독관저가 왜 수궁터에 지어지게 됐는지 그 비밀을 풀어나가는 소설이다.

조선에 부임하는 첫날, 폭탄테러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조선 총독. 그는 조선을 영원히 지배하기 위해 경복궁 내에 총독관저를 지으려는 생각으로 조선의 지관들에게 최고의 자리를 찾으라 명한다. ‘김 지관’ 역시 궁에 불려가 그 명을 받고 고민에 휩싸인다. 이때 유명한 풍수예언가였던 돌아가신 아버지가 숨겨둔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 편지는 총독이 경복궁에 총독관저를 지으려는 목적과 그에 따르는 조선의 미래에 대해 예언한 것으로 조선이 영원히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과 그것을 막을 방법이 적혀 있었다.

총독은 조선과 일본의 풍수학을 이용하여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 상황. 김 지관은 총독의 욕심을 역이용해 풍수적 비밀이 감춰진 경복궁 밖 후원 수궁터에 총독관저를 지을 것을 권한다.

책은 지관, 선교사, 연극배우, 총독과 형사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모두 한 덩어리로 엉켜있다. 여기에 추리적 내용이 결합되어 한번 손에 잡으면 마지막 장이 끝날 때 까지 놓지 못할 정도다. 더불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역사적 진실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조선의 유명 풍수사들이 경복궁 내에서 최고의 명당자리를 고르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한 나라의 운을 걸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풍수사상이 이 읽는 재미를 준다. 문학평론가 이정현의 추천사가 이 책을 잘 말해준다.

“우리는 여전히 식민지배의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제에 의해 폭력적으로 이식된 근대는 뒤틀린 괴물의 형상으로 진화했으며 고통스러운 과거사는 외교의 문제를 넘어 아직도 깊은 앙금으로 남아 있다. 과거를 단지 풍경으로 박제시키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상력을 통해서 과거에 존재했던 ‘인간’을 복원하는 일이다. 이것은 앙상한 역사적 사실(fact)에 살을 붙여서 과거를 현재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여기, 1920년대 경성의 흥미로운 기록이 하나 추가되었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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