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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맹점 뭉쳐 ‘제로 수수료’ 구현…체크카드 이용비중 90% 달해
‘체크카드 천국’ 독일 가보니
[프랑크푸르트=이자영 기자] 지난 2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한 베이커리. 브뢰첸과 크로아상 등 빵 8유로(약 1만3000원)를 사고 신용카드를 내밀자 단번에 “Nein(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게 점원은 ‘신용카드는 10유로 이상만 받는다’고 적힌 안내판을 가리켰다.

백화점과 대형슈퍼 등 일부 매장을 제외한 독일의 소규모 상점들에서 신용카드를 쓰기는 녹록치 않다. 대신 체크카드(직불카드)는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이용비중은 8:2지만 독일은 1:9로 극과 극이다. ‘체크카드 공화국’ 독일은 소비자, 가맹점, 카드사 3자가 모두 혜택과 부담을 고루 짊어지면서 윈윈(win-win)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신용카드 보다 체크카드가 유리한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직불카드 이용으로 흐르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수수료 ‘체크카드 제로 VS 신용카드 1.9%’=독일은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차이가 상당히 크다. 체크카드는 수수료 부담이 0~0.3%로 거의 없는 반면 신용카드는 약 1.7~1.9%을 물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체크카드 수수료(평균 1.5%)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독일의 ‘제로 수수료’는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기 보단 가맹점들 스스로가 뭉친 결과다. 독일의 체크카드 결제망 중 하나인 ‘지로(giro)카드’는 가맹점연합회와 밴사(VAN)사가 협력해 만든 일종의 협동조합기업이다. 이 결제망을 이용하는 가맹점들은 카드사나 은행에 수수료를 한푼도 안내는 대신 리스크도 자기들이 부담한다.

▶고객에게 카드이용료 부담, 수수료 없이도 카드사 수익가능 = 한국과 달리 독일 은행(카드사)들은 체크카드 수수료로 돈을 벌어들일 수가 없다. 대신 회원들에게 카드이용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월 12유로(1만8000원)의 계좌관리비를 물어야하는데, 이 금액이 카드발급비나 카드망 관리비로 쓰인다. 고객들이 간접적으로 카드 이용비를 부담하는 셈이다.

도이치방크 얀 리사우스 신용카드 총괄 본부장은 “독일에서 신용카드 사업을 확대하는데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카드는 수익성 보다는 고객에게 편리성을 주는 서비스 개념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독일 소비자 “비용 비싼 신용카드 빚지며 쓰기 싫다” =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회사원 한스(32)씨는 “독일 사람들은 신용카드는 빚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수수료도 비싸기 때문에 쓸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꺼리는 이유는 부채를 싫어하는 독일은 특유의 국민성과 신용카드의 고비용 구조 때문이다. 독일 신용카드의 연회비는 보통 20~50유로 정도로 높은데다, 우리나라의 할부에 가까운 리볼빙 이자율은 연13.98%에 달하고, 연체될 경우 이자도 급속히 불어난다. 무이자할부 개념도 없다. 반면 한국은 무이자할부, 포인트 적립, 각종 할인혜택 등으로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를 쓸 때 비용이 더 적게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

베를린에서 2년째 거주중인 유학생 소정현(27)씨는 체크카드만 사용하는게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목돈 쓸 일이 없어 괜찮다”는 지적을 했다. 병원비나 등록금 등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어 ‘급전’을 신용카드로 긁을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대부분 ‘카드연체’로 시작하는 국내 신용불량자의 채무원인이 교육, 병원비 등 급전필요(26%), 사업실패(19%), 실직(17%)임을 고려하면 잘 갖춰진 사회안전망이 신용카드의 필요성을 낮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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