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재산도 각양각색
88년식 포니 승용차, 고려시대 청자상감 도자기, 운보 김기창 화백의 미술품. 언뜻 자동차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어울릴 법한 이 목록들은 다름 아닌 공직자들의 재산목록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9일 공개한 행정부 고위공직자 1933명의 재산내용 중에는 미술품에서부터 금, 태양광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눈길을 사로잡는 물품들이 많았다.
▶공직자야? 골동품 수집가야?=유천호 강화군수는 개인박물관 수준의 재산내역을 공개했다. 2억원 상당의 고려시대 청자음각문양 도자기를 비롯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도자기 28점, 신라시대 3층 석탑, 석등ㆍ석불ㆍ청동금고 등 10억4700만원 상당의 유물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이는 유 군수의 전체 재산 12억7307만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능진 독립기념관장은 갑신정변의 주인공인 김옥균의 서예작품(1000만원 상당)을 신고했고, 심정규 경상북도의회 의원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청록산수(2000만원) 등 3점의 동양화를 신고했다. 장광수 행정안전부 정보화전략실장은 총 재산 8000만원 중 500만원 상당의 1980년대 우표를 신고했다.
독특한 재산이 눈길을 끈다. 88년식 포니 승용차, 고려시대 청자상감 도자기,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 신라시대 3층 석탑, 석등ㆍ석불ㆍ청동금고, 갑신정변의 주인공인 김옥균의 서예작품, 500만원 상당의 1980년대 우표 등. 사진은 왼쪽부터 29일 공개된 고위 공직자 재산 중 눈길을 끄는 88년식 포니 승용차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청록산수’다. [헤럴드경제DB] |
고가의 물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환준 세종시의회 의장은 181만원 상당의 88년식 포니 승용차를 재산으로 신고했다. 이 승용차는 유 의장이 직접 운전하는 ‘애마’로 알려졌다. 유 의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시동도 잘 걸리고 쌩쌩 잘 나가는 차”라며 “포니는 재산목록 1호”라고 말했다.
▶금은방 차려도 되겠네=최용덕 인천시의원은 24K금 7500g(4억3730만원어치)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혀 공직자 중 가장 많은 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광역시의회 이대석 의원도 배우자가 24K 금 4700g(2억2500만원어치)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원경숙 경남도의회 의원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금 5250만원, 다이아 등 보석류 1억1700만원을 신고해 변함 없는 보석 사랑을 보였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배우자가 8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졌다고 신고했다.
이 외에도 7억5000만원 상당의 태양광 발전소를 재산으로 신고한 김규령 전라북도의회 의원, 2500만원 상당의 경주마 1필을 보유한 우근민 제주도지사, 200마리의 한우를 배우자와 함께 소유한 박노욱 경북 봉화군수 등이 이색 재산가로 눈길을 끌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