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고금리 산정 지적’에 결정
다이렉트 하이어카운트 0.55%p↓
정기예금도 종전보다 0.25%p 내려
“5개월간 3번에 걸쳐 1%p 떨어져”
가입자 온·오프라인서 불만 토로
산업은행이 최근 갑작스럽게 다이렉트 뱅킹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한 데 대해 소비자와 금융권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에 입김을 행사해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봤다는 입장과 국책은행이 고금리 수신상품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8일 산업은행은 홈페이지와 문자를 통해 다이렉트 하이어카운트 통장과 정기예금 금리를 2.50%, 3.40%로 내렸다고 밝혔다. 종전보다 각각 0.55%p, 0.25%p 떨어진 수치다. 특히 수시입출금 통장인 하이어카운트는 한번에 0.55%포인트가 뭉텅 깎여나가 금리인하 폭이 상당히 컸다.
소비자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일부 온라인 재테크동호회에선 ‘산업은행 사태’라고 부르며 이번 금리인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하이어카운트 통장을 만든 직장인 이모(29)씨는“겨우 5개월 동안 3번에 걸쳐 1%포인트나 떨어졌다”며 “요즘 시대에 금리인하는 예정된 수순이라지만 너무 자주, 크게 내려가 상품을 왜 가입했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금리인하가 상품 출시 때부터 계속된 외부의 논란과 압박의 결과라는 데 있다. 산은이 금리가 0에 가까운 일반 수시입출금통장과 달리 4%대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자 시중은행들은 산은을 공공의 적으로 여겼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면 다같이 죽자는 것”이라며 “한 군데서 하니까 버티고 있지 다른 은행들이 따라한다면 공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역마진 논란도 끊이지 않아 지난 14일 감사원은 이 상품이 고금리로 손실을 본다고 결론내리고 시정을 요구했다. 산은은 4일 뒤인 18일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배경에는 감사원의 지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산은 관계자는 “해당 상품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는 아니고 실제로 지난해 이익을 봤다” 며 “감사원은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은행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데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제동을 걸면서 금리가 과도하게 자주, 대폭 인하돼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 2011년 9월 출시된 하이어카운트 수시입출금 상품은 최초 금리 3.5%에 서 지난해 10월부터 3.25%, 3.05%, 2.5%로 차례로 하락했고, 정기예금 금리는 같은기간 4.5%에서 3.4%로 내려앉았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