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단백질 정확히 분석…맞춤형 항암제 처방 가능”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국내 연구진이 개인별로 암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을 찾아냈다. 이에 따라 개인별로 암 발병 원인을 알 수 있게 돼, 수년 내 ‘맞춤형 암 진단ㆍ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카이스트(KAISTㆍ한국과학기술원)는 윤태영 물리학과 교수와 허원도 생명과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암 조직에 존재하는 발암 단백질의 특성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난달 19일자에 실렸다.
윤태영 교수 허원도 교수 |
윤 교수 연구팀은 우선 분자 하나까지 관찰할 수 있는 형광현미경을 개발했다. 이에 항원과 항체의 친화성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을 분리해낼 수 있는 ‘면역침강기법’을 적용, ‘실시간 단분자 면역침강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발암 단백질들이 다른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단분자 수준에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이 30% 정도의 암에서 발견되는 ‘Ras 발암 단백질’을 조사한 결과, 쥐의 종양과 인간 암세포에서 전체 Ras 단백질 가운데 30~50%가 활성화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상세포에는 Ras 단백질이 5% 미만으로 활성화돼 있었다. 암세포에서 활성화된 Ras 단백질의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존 연구에서도 예측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별 암 조직에서 다양한 발암 단백질의 활성화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각 환자의 암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진단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유명 의과대학에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어, 수년 내 맞춤형 항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교수는 “이 기술은 수십만배로 늘리는 증폭기술 적용이 불가능했던 암 유전자를 한 개의 분자 수준도 관찰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소량의 암 환자 단백질 시료만으로도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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