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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인상어’ 헤지펀드 또 피냄새를 맡다
2008년 리먼사태로 암흑기 맞았던 헤지펀드들…4년만에 금융시장 뒤흔들며 ‘화려한 부활’
애플에 현금배당 요구 아인혼
성공땐 주가폭등으로 대박

엔低에 베팅한 조지 소로스
3개월만에 10억달러 벌어

애크만, 허벌라이프 공격
헤지펀드 먹잇감으로 전락

빚더미 아르헨 상대 소송
대통령 전용기 압류당할까봐
전세기 타고 해외 순방





2008년 월가 금융위기로 벌어진 신용경색에 직격탄을 맞았던 헤지펀드들이 다시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지난 3년간 S&P500 주가 상승률을 밑도는 저조한 수익률로 체면을 구겼던 헤지펀드들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흔드는 식인 상어로 다시 돌아왔다.

월가에는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첨단 금융 업태라고 주장하지만 개도국에는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환투기로 외환위기를 촉발하는 투기 세력들이 다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애플 공격 아인혼=선봉장은 월가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예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 캐피털 회장과 환투기 지존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 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

아인혼 회장은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에게 현금을 배당하라며 벌인 소송전에서 달콤한 승리를 맛보고 있다.

지난 22일 법원이 애플 경영진을 상대로 아인혼 회장이 제출한 애플 우선주 발행 조항 삭제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아인혼은 오는 27일(현지시간) 열리는 주총에서 애플 경영진이 우선주 발행 조항을 삭제해 자신이 우선주 발행 주장을 차단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를 취했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만약 주주들이 1371억달러의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애플 경영진이 현금 배당을 하고 우선주를 발행하면 주가를 폭등시킬 수 있다는 아인혼의 주장에 동조하면 그는 대박을 터뜨린다. 


골드먼삭스가 내놓은 헤지펀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을 정점으로 월가 헤지펀드들은 지난 3년간 주식 포트폴리오 중 가장 높은 보유 비중을 보여온 애플을 팔아치우고 AIG로 갈아타는 흐름을 보였다. 아인혼은 이 와중에 애플을 팔지 않고 애플 경영진에 현금 배당을 요구하는 도박으로 거금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아인혼은 지난 2008년 9월에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생 5개월 전에 리먼의 재무건전성 우려를 가장 먼저 제기하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해 31억달러의 대박을 터뜨렸다.

▶명불허전 소로스=환투기의 지존으로 꼽히는 소로스도 명불허전의 대박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로스가 운영하는 소로스 펀드는 엔저에 베팅해 지난해 11월 이후 약 3개월 만에 10억달러를 벌었다. 소로스뿐 아니라 골드먼삭스 출신인 앤드루 로가 설립한 캑스턴 어소시에이츠도 같은 기간 엔저 베팅으로 10%의 수익을 올렸고, 폴 튜더 존스, 루이스 베이컨 등 월가의 대형 헤지펀드 큰손들도 9%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잠잠했던 헤지펀드들이 다시 위험한 환투기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주부터 영국 파운드화가 급락하면서 소로스 등 환투기 헤지펀드들의 공격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8일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은 최근의 파운드화 급락과 관련, 소로스 펀드매니지먼트를 비롯해 튜더 인베스트먼트, 캑스턴 어소시에이츠, 무어 캐피털 등 글로벌 매크로 투자전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이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22일에는 세계 3대 신용 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가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파운드화 하락세에 힘을 보탰다.

소로스가 지난 1992년 9월 당시 파운드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100억달러를 쏟아 부어 파운드화 매도 공격 끝에 영국 정부를 무릎꿇게 했던 악몽이 떠오는 대목이다. 소로스는 당시 작전 몇 주 만에 10억달러를 챙겼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전용기를 못 타는 이유=헤지펀드들은 최근 미국 법원의 소송에서 잇단 승리를 거두면서 더욱 공격적이고 탐욕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달 초 쿠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4개국을 순방하면서 대통령 전용기를 못 타고 영국서 빌린 전세기를 사용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국채 보상 소송에서 승리한 헤지펀드가 대통령 전용기를 압류할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01년 100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에 짓눌려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한 아르헨티나는 채무자들과 두 차례 빅딜 끝에 발행 국채를 액면가의 3분의 1로 할인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월가의 엘리엇 어소시에이츠와 아우렐리우스 캐피털 등 헤지펀드들이 은 국채를 헐값에 매집한 후에 전액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3억달러에 달하는 원금 중 한 푼도 지불할 수 없다며 격분했지만 월가의 헤지펀드 NML 캐피털은 아르헨티나 해군 함정을 예의주시하다가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하자 바로 압류했고, 11월 남아프리카에서도 아르헨티나 해군 배를 억류했다. 아르헨티나 국유 자산은 해외로 나오면 바로 압류하겠다는 헤지펀드들의 기세에 대통령이 전용기를 못 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허벌라이프 이전투구=다이어트 판매 제품인 미국 허벌라이프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공세는 하이에나를 방불케 한다. 주주 행동주의 투자자를 자처하는 빌 애크만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지난해 12월 19일 허벌라이프가 피라미드 회사라며 자신은 7~8개월 전부터 이 회사를 공매도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려 이날 하루 12%나 폭락시켰다. 이에 허벌라이프 경영진은 헤지펀드들의 농간에 분개하며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주가는 연일 빠졌다. 하지만 새해 들어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과 월가의 스타 헤지펀드 매니저인 서드포인트의 댄 러브가 허벌라이프 주가가 폭락할 때 지분을 각각 13%, 8%씩이나 매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폭등세로 돌아섰다. 헤지펀드들의 기업 공매도 공세로 먹잇감을 물자 다른 헤지펀드가 다시 폭락한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가로채는 물고물리는 전쟁이다.

애플을 공격 중인 아인혼 회장도 이미 지난해 5월 1일 허벌라이프를 비슷한 문제제기로 당시 주가를 20%나 폭락시킨 경력이 있다. 아인혼은 지난해 MS의 미래 전망 불투명을 이유로 빌 발머 CEO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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