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國技)’ 태권도가 사실상 올림픽 영구 종목으로 지정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2020년 올림픽부터 적용할 핵심 종목(Core Sports) 25개에 태권도를 포함시킨 것이다. 더욱이 태권도는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질 위기까지 몰렸던 터라 이번 결정이 더 반갑고 자랑스럽다. 태권도는 한국이 세계에 전파하고 올림픽 종목으로 발전시킨 유일한 글로벌 스포츠다. 올림픽 종목 유지는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태권도가 퇴출위기를 딛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중단 없는 개혁’의 결과다. 태권도는 204개국에 보급된 보편적 국제 스포츠로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하지만 단조로운 경기방식과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해 각국이 중계를 꺼릴 정도였으니 퇴출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일본의 가라데와 중국의 유슈가 태권도 자리를 대신하려는 물밑 움직임도 만만치 않았다.
위기는 기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조정원 총재를 중심으로 세계태권도연맹이 각고의 노력 끝에 환골탈태했다. 판정 시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했고, 점수를 세분화하는 새로운 경기방식으로 박진감과 재미를 더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달라진 태권도를 보고 세계인은 다시 환호했고 IOC도 이를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태권도인들이 더 화합하고 노력해 가라데와 유슈가 넘볼 수 없는 ‘세계의 무도’로 발전시켜 나가기 바란다.
IOC 집행위가 전한 낭보가 하나 더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3위에 입상한 우리 축구대표팀의 박종우 선수에게도 동메달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독도 세리머니’를 우발적 행동으로 인정해준 것은 다행이다. 이제 선수와 지도자는 경기력과 함께 스포츠 정신과 국제 규정에 대한 소양도 길러야 한다. ‘박종우 파문’이 남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