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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세계문학전집에 담긴 욕망의 코드는?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세계문학전집 1000권의 시대다. 오래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검증된 세계문학은 불황일수록 찾는 이들이 더 많다. 세계문학전집은 우리에겐 명작과 교양이란 이름으로 유통돼왔다.

그 연원은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올라간다. 식민지 근대의 콤플렉스 속에서 세계문학은 세계의 근대와 나란히 하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저자는 ‘속물 교양의 탄생’(푸른역사)을 통해 세계문학이 명작으로 둔갑해서 필독서로 읽히는 교양의 속물적 욕망을 추적한다. 명작에의 갈망은 다름아닌 나는 너와 다르다는 구분짓기에 다름 아니다. 가령 ‘부활’의 여주인공 카튜샤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는 교양에서 차이가 난다고 여긴다. 교양은 근대의 세계안에 속해 있다는 보증서로 통한 것이다. 세계문학이 여과없이 명작으로 둔갑해 필독서로 읽혀지는 풍경에 대해 저자는 ‘교양의 식민지화’라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세계문학전집에 맞설 조선문학전집에의 욕망은 없었을까. 무엇보다 저자가 말하는 명작은 세계문학전집의 기준과는 좀 다르다. 저자는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인 동시에 나와 다른 이들이 공명하는 존재로 살아가게 하는 소통의 계기”가 되는 책이 명작이라고 규정한다. 그런 맥락에서 명작의 의미를 새롭게 설정한 ‘학예사의 조선문고 기획’은 참고할 만하다.

조선문학전집은 기획하는 순간, 조선적인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조선적인 것이 세계문학의 지도 안에서 호환될 수 있는지, 혹은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에서 주체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독자를 단순히 서적의 소비자,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적이 매개하는 이야기의 주체로 보는 것이다. 세계문학전집이 여전히 ‘교양의 증서’가 되는 시대에 식민지 시대의 명작의 탄생과 대비해보며 읽기행위의 사회적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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