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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과 그림자,사운드로 빚은 당신의 그림자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그림, 조각이 자리잡아야 할 미술관에 빛과 그림자, 그리고 사운드가 자리를 잡았다. 사각의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인 도심의 미술관은 새롭고 신묘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관장 박강자)이 빛과 사운드 같은 비물질적 요소로 전시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모아 ‘당신의 불확실한 그림자’전을 개막했다.

이번 기획전에는 배정완, 성기완+이수경, 신성환, 이예승, 이창원, 하원, 홍범, 황지은 등 이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미술가, 건축가, 시인 등 다양한 경력의 인물들로, 저마다 독특하고 유기적인 설치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와 독일 뮌스터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창원(40)은 미술관 3층에 ‘패럴렐 월드’(Parallel World)를 조성했다. 최근 수년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사건현장을 담은 사진의 특정부분을 칼로 오려낸 뒤, 그 자리에 거울을 붙이고 LED 조명을 비춰 반사된 이미지들이 벽면을 채우도록한 것. 손, 발, 나무, 동물같은 그림자를 따라가다 보면 아래에 배치된 잡지를 만나게 된다. 이창원은 올해 일본 모리미술관이 3~4명의 유망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맘(MAM) 프로젝트에 선정돼 일본 전시를 막 끝낸 참이다. 


작가는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이 시사잡지 등에 포착된 순간을 골라 그 순간에 포획된 인물을 해방시킨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며 “그게 멀리 떨어진 남의 일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일일 수도 있다고 한번쯤 돌아봤으면 한다”고 했다.

디자이너 출신의 작가 홍범은 지하 전시실에 투명 아크릴과 거울, 실험실용 비커 등을 PVC 파이프에 이어붙여 거대한 샹들리에를 만들었다. 거울과 유리가 달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작품 ‘hide & seek’는 매우 몽환적인 분위기를 드러낸다. 작가는 “어떤 공간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곤 하는데 내 속에 있던 그런 기억을 현실로 끌어낸 작업”이라고 했다.

성기완·이수경은 공사장 현장식당, 이름하여 함바집의 소리를 채집했다. 함바집 특유의 소음과 인터뷰 등 비가시적인 사운드를 통해 구체적인 공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빛과 퍼포먼스, 사운드를 소재로 공(共)감각적인 일루전을 만들어낸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4일까지 계속된다. 02-720-5114.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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