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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시영이 디지털 영상으로 표현한 오묘한 빛의 춤사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좌우 대칭의 검은 화면에서 현란한 빛줄기가 무한반복된다. 블랙홀에 빠져들듯 아찔한 이 작품은 젊은 미디어 아티스트 진시영(41)의 영상작품 ‘플로(Flow)’다.

진시영은 암전된 공간에서 승무를 추는 무용수의 몸에 LED칩을 달고, 춤동작에 의해 생겨나는 빛의 궤적을 촬영해 이를 프로그래밍했다. 그의 디지털 영상에는 무용수는 보이지 않고, 빛의 움직임만 끝없이 변주된다. 만물을 관통하는 에너지의 순환을 표현한 작품에는 은은한 가야금 산조가 곁들여져 이채롭다.

LED 조명칩을 마치 물감처럼 활용한 진시영의 ‘Flow‘ 시리즈 중에는 나전칠기 공예가 및 LED 모니터 제작업체와 협업한 작품도 있다. 


작가는 신작 ‘플로(Flow)’를 비롯해 ‘Wave’ ‘운주사’ 등의 작품을 모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대표 유재웅)에서 ‘디지털 휴머니티(Digital Humanity)-뜨거운 미디어’라는 타이틀로 초대전을 열고 있다.

회화를 전공한 진시영은 대학 3학년 때 열린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영어 통역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미디어아트에 빠져들었다.

진시영은 “그 때까지 그저 풍경, 정물화, 추상화 등 그림의 세계만 알고 지냈는데 비엔날레의 작품들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요셉 보이스, 빌 비올라, 브루스 나우만의 작품을 보면서 전혀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후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신 영역을 끈질기게 개척했고, 이번에 그 중간결실을 모아 작품전을 열게 된 것.


이번 전시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올들어 제작한 영상 설치작업 ‘운주사’. 전남 화순 운주사의 석불을 모티브로 한 영상작품이다. 석공들이 하룻밤 사이에 1000개의 불상을 만들어야 했던 설화에서 받은 느낌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뒤 LED 이미지로 만들었다. 불상을 만든 뒤 하늘로 오르는 석공들의 마지막 모습은 한편의 소설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화가인 아버지가 1970년대에 그린 운주사 작품이 여러 점 남아있다. 나는 이 그림을 미디어 아트로 치환시키고 싶었다. 특히 다른 작품과 다르게 이야기를 집어넣어, 기승전결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작품 ‘Wave’는 일출과 일몰이라는 대자연의 장엄한 현상을 표현한 것으로, 포항 앞바다의 해가 뜨는 장면, 인천 앞바다의 해가 지는 장면을 LED 조명으로 담아냈다.

전시를 기획한 신민 기획실장은 “진시영은 비물질적인 자연 속 에너지의 흐름을 무한히 변주되는 빛으로 표현함으로써 결코 잡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 흘러가 버리는 순간을 무한히 붙잡아두고자 하는 인간의 영원성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켜준다”고 평했다. 전시는 내년 1월10일까지. 사진제공 진화랑. 02-738-757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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