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고독한 유목민 노베첸토처럼…“나의 방황도 끝나지 않았다”
연극무대로‘ 일탈’…피아니스트 박종화
피아니스트 박종화(38)의 삶은 언제나 모험과 새로운 경험들로 가득하다.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냈던 그가 몇 년 전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하더니 얼마 전 ‘노베첸토’란 연극에 출연했다.

연주자이자 교수로서 잠시 연극 무대로의 일탈을 경험했던 박종화를 최근 서울대 음대 그의 교수연구실에서 만났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생활을 하다 연극을 하며 다시 예술가의 삶으로 돌아가 신선함을 얻었다는 그. 기대 이상으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노베첸토’는 6회 공연이 전부 매진됐다.

“말로 표현 못하는 것들을 음악이 순식간에 표현할 수 있잖아요. 연극에 음악이 나오고 관중들이 이야기 속에 서서히 빠져드는 것이 느껴졌어요. ‘우리와 같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연극 경험은 없지만 보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가 좋아했던 연극은 ‘리어 왕’ ‘햄릿’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다. 보스턴에 영국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투어하러 오면 빠지지 않고 보러 갈 정도였다. ‘햄릿’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 시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주변엔 외국인 친구들뿐이었지만 한국인으로 살았고, 느낌은 미국인인데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곳에 속하는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었어요. 소속감이나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고민했었죠.”

일본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에서 보냈던 그의 삶은 방황한 노베첸토와도 같았다. 모험심으로 가득했던 그의 삶은 피아노에도 오롯이 녹아들었다.

“여행을 하고 방황한 후에 많은 것을 봤습니다. 스페인에 가서 플라멩코도 접했고, 곡을 연주할 때 직감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고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전 세계를 떠돌던 삶, 방황은 어느새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있었다.

“제 안에 그런 방황의 DNA가 흐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라는 박종화는 바흐,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많은 음악가들이 방황하는 인생을 살았다고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는 저의 영웅과도 같은 사람입니다. 전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좋아해요. 피아노에서 나오는 멜랑콜리(우울)함 속에 또 아름다움이 있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해요. 그의 음악은 제가 고통스러울 때 치유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이죠.”

33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대 음대 교수직을 맡으며 정착한 음악 유목민 박종화. 하지만 그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그는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고향의 봄’ ‘학교종’ 같은 곡들을 녹음해 음반으로 발매할 예정이다. 그의 혈관에 흐르는 유목민의 DNA, 모험심으로 끊임없이 방황하는 그는 아날로그 감성의 노마드(Nomad)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BOM Art Project]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