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전력 예비력에 비상이 걸렸다. 6일 오전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상황실에 김장감이 감돈다. 아침 9시 45분, 전력 예비력 500만㎾가 무너지면서 ‘준비’단계로 돌입했다. 10분이 흐르는 사이 예비력은 461만㎾(6.4%)까지 내려갔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사무실 난방 수요와 점등 수요가 곂치는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는 전력 예비력 400만㎾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력예비력이 400만㎾ 이하로 내려가면 ‘관심’ 단계다.
일단 오늘만 버티면 지난 10월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했던 울진 6호기가 저녁 8시부터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전력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일단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현시점 이후가 문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울진 6호기가 가동을 시작하고 나면 당분간 공급 쪽에선 추가될 것이 거의 없다”며 “이젠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화력발전소 하나라도 멈추면 문제가 생기는 상시 위기 체제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위조 품질보증서 부품이 사용된 원전이 영광ㆍ울진 원전에 이어 고리까지 번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원전 분야 ‘국가핵심기반시설 위기관리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가짜 품질보증서를 단 부품은 고리 원전 3ㆍ4호기 등에 들어갔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를 통해 강진중공업과 유성산업 등 국내 2개 업체의 검증서 위조 사례가 추가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위조 검증서 적발로 영광 5ㆍ6호기가 지난달 5일부터 멈춘 것을 비롯해 원전 6기, 총 568만㎾가 5일 현재 가동중단 상태다. 전체 원전 23기(2072만㎾)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다.
최태현 지식경제부 원전산업정책관은 “이번에 적발된 위조부품 장착 원전들의 경우 1기 교체 대상 부품이 30~40여개에 불과해 추가로 가동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그나마 전력수급에 부담을 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살얼음판 전력당국의 거울나기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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