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18대 대선 후보자 첫 토론회 이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모두 대변인 공식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 토론이었다”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토론을 앞두고 사실상 중도표심을 끌어올 정책 대결준비에만 몰두해왔던 양 캠프 측은 이날 나타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돌발상황’에 사뭇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朴, 文 보다는 잘했다 = 토론을 지켜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 캠프는 “비교적 무난했다”는 반응이다. 비록 이정희 후보의 공세로 토론 대부분 수세에 몰리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이날 토론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비해서는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이다.

우선, “문 후보보다 잘했다”는 것이 캠프 내 대체적인 반응이다. 조해진 대변인은 “문 후보는 존재감이 좀 드러나보이지 않았다, 본의아니게 자기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한 부분 있었다”면서도 “(이정희 후보의 공세로) 우리 후보의 인내심과 포용력을 확인해주는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표했다.

선대위 소속의 한 의원은 “토론회 내내 공격을 받는 입장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무난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도 박 후보가 이 후보의 공격에 정면 대응하고 이 후보와 싸워서 이기는 그림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당 내 예측보다 거셌던 이 후보의 ‘대(對) 박근혜’ 공세에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후보의 향후 토론회 참가를 놓고서도 조심스럽게 여론의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토론회 직후 공식브리핑에서 “(이 후보는) 박 후보에게는 조롱과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아닌 욕설을 계속해 과연 다음에도 이런 후보가 토론에 나와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했다”고 지적했다.

▶文, 차분하긴 했지만 아쉬워 = 민주통합당 측은 “문 후보의 존재감이 약했다”는 지적에 다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애초의 계획된대로 차분하게 한 것”, “소통하는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을 내놓고는 있지만, ‘무관심이 가장 위험하다’는 위기의식에는 대게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존재감이 없다는 평에 대해서 공감하기 힘들다”면서도 “앞으로 토론이 계속 이 후보와 박 후보의 대결로 갈 경우 그 사이에서 문 후보가 어떻게 위치선정을 해야할 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준비한 것에 비해서는 아쉬운 토론이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질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박 후보’라는 분석도 내놨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어제 여러 질문에 대해서 박 후보가 적절하게 잘 대응하신 것 같지 않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피해가시는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편 캠프 측은 토론 직후 박광온 대변인의 공식브리핑을 통해 “문 후보는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권능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평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