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정일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정은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17일로 ‘등극(?)’ 1주년은 맞이하는 김정은의 선택은 결국 장거리 로켓이었다. 김정일의 첫 제사와 남한의 대선까지 겹친 시기가 절묘하다.

김정은이 곧바로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는 로켓을 선택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정일 통치기의 북한은 선군(先軍) 체제였고, 선군체제의 핵심은 핵(核) 보유였다. 김정일이 핵에 집착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경제난을 정당화시켜줄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내부통치 명분을 충족시킬 수 있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정권을 지켜줄 보호막이란 판단 때문이다. 김정일이 생전에 핵보유에는 성공했다는 게 통설이지만, 핵무기의 전략적 완성인 운반능력, 즉 대륙간탄도탄(ICBM)은 미완(未完)으로 남았다.

‘김정일의 아들‘로 집권한 김정은이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가는 건 어찌보면 가장 쉽게 권력기반을 다지는 길일 수 있다. 하지만 리설주를 등장시키고, 유원지 건설을 지시하며 여론과 민생을 챙기는 듯 하던 김정은의 모습에서 달라진 북한을 기대했던 국제사회로서는 이번 선택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2013년부터는 남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에 모두 새 정권이 출범한다. 새로운 관계설정에 나서기 좋은 시기다. 그럼에도 끝내 주변국 모두가 우려하는 장거리 로켓 카드를 꺼내 듦으로써 그 기회를 날릴 상황에 처했다.

특히 지난 4월에 이어 8개월여만에 다시 장거리 로켓 카드가 나온 것은 그의 권력이 아직 아버지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북한 경제의 몰락과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외에는 그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김정은의 모습은 아버지의 망령에라도 기대어 권력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년간 김정은은 강경파인 리영호를 숙청했지만 또다른 강경파인 김격식을 중용했고, 새로운 경제정책을 내놓으며 민생현장을 다니는 듯 하더니 금새 전방부대를 돌며 도발을 부추기는 등 우왕좌왕이었다. 권력핵심부 구성도 몇몇 인물이 바뀌기는 했지만,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김정일 고명대신(顧命大臣)’의 색은 여전하다. 김정은이 통제는 하지만, 통치는 못하는 셈이다.

최근 미국의 한 매체는 김정은을 비꼬아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꼽았다. 속 뜻은 아마 ‘가장 섹시하지 않은 권력자’일 것이다. 이번 장거리로켓 발사로 세계는 그를 ‘가장 도발적인 남자’로 평가할 지 모른다. 속 뜻은 아마 ‘가장 무모한 권력자’이겠지만.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