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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미셸 르그랑의 음악으로 가득했던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임금님이 드시던 수라상에도 저도 모르게 손이 가는 맛있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음식도 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진 진수성찬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법,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역시 잘 차려진 밥상에 2% 부족한 심심한 맛이 숨어있어 또 그것 마저도 매력이었던 작품이었다.

작품을 접하기 전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눈길을 끌며 기대하게 만든 것은 듀티율 역의 임창정. 영화를 통해 로맨스와 코미디에서 활약해 온 그였고 이번에 선택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역시 유쾌함과 로맨스, 감동이 있는 작품이라고 제작사 측은 소개했다.

지난 2006년 초연 이래 2007년 재공연을 거쳐 지난 27일 부터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5년 만에 다시 3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빵빵 크게 터지는 웃음과 펑펑 흘리는 눈물은 없지만 잔잔한 미소와 살짝 맺히는 눈물은 있다. 1996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고 이듬해인 1997년 프랑스의 몰리에르 상 최우수 뮤지컬 상과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다.

대사를 노래로 처리해 성 스루(Sung Through) 형식으로 전체적인 극 전개를 이어가는 이 작품은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작곡가 미셸 르그랑의 아름다운 선율들로 가득 채웠다.


한 번 듣고서도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가 작품의 백미였고 경쾌한 선율은 연기가 없이 눈을 감고 들어도 좋을만 했다. 듀티율이 아름다운 이사벨에게 사랑을 고백하러 가는 장면, 앙상블의 휘파람은 극의 분위기를 잘 표현해주는 제 5의 연주자였다.

4명의 연주자가 참여했다고 하기엔 피아노, 플룻, 리코더, 색소폰, 실로폰, 드럼 세트 등 다양한 악기가 사용돼 풍성하게 꾸며갔고 극을 이어가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유머와 달리 오히려 성 스루 형식이 자칫 웃음 포인트를 놓치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었고 속사포 처럼 쏟아내는 위트 넘치는 대사와 성적 유머가 살짝 섞인 유럽식 개그 역시 관객이 공감하기 힘들 수 있는 부분도 있었으나 배우들의 열연과 헌신이 돋보였다.

간혹 작품에 담고자 하는 숨어있는 디테일한 재미 등 담고자 하는 것은 많았지만 이해가 없이 처음 작품을 접하는 관객에게 던져두고 스스로 찾도록 만드는 재미도 있었다.

듀티율이 법정에 선 상황, 파시스트와 공산당이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장면은 사회 밑바닥 민중을 위해 의적처럼 활동한 것을 강조하려 한 것인지 극좌와 극우 간의 화합을 표현하려 했던 것인지 개연성은 모호했고 원작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명확해 보이진 않았으나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극을 따라가다 보면 무리없는 장면이었다.

신문팔이 역의 이지송, 공무원 M 역의 조진아의 맑은 목소리와 귀엽고 애교넘치는 연기가 눈에 띈다. 슬픔과 기쁨을 넘나드는 격한 감정으로 마음을 흔들진 않지만 소시민의 삶에 감동받고 음악에 사로잡힌 관객이라면 객석 문을 나서며 실로폰과 리코더의 영롱한 소리 가득한 미셸 르그랑의 곡들을 계속 흥얼거리고 있을 수도 있다. 

ygmoon@heraldcorp.com

[자료제공=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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