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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을 얘기하는 롤링, 낯설다
조앤 롤링의 신작, ‘캐주얼 베이컨시’는 사실 ‘해리포터’ 팬들에게는 낯설다. 롤링 특유의 개성적인 캐릭터와 디테일이 살아있지만 전혀 다른 작가를 만나는 이질감 때문에 자꾸 되돌아보게 한다. 조앤 롤링이 그를 못 알아볼 정도로 변신한 탓일까, 예상과 달리 국내 반응은 미지근하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작가란 자신이 쓰고 싶은 것, 또는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글로 옮기는 사람”이라며, 이 소설은 자신이 쓰지 않으면 안되는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리포터 세대들에게는 일상의 자잘한 얘기들은 그만이 쓸 수 있었던 서사와는 좀 거리가 멀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영화문법적으로 보면, 지문에 해당하는 서술이 장황한 것도 발에 걸리는 턱처럼 느껴진다.

이야기는 조용하고 예쁜 시골마을 패그포드의 자치의원 배리 페어브라더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가 40대 초반의 나이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자 마을은 충격에 휩싸인다.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런 불행앞에서 자신이 가진 것들을 확인하며 안온함을 느끼고 한편으론 자치의원 자리에 대한 욕망으로 꿈틀댄다. 마약에 빠진 엄마와 열여섯 살 크리스털, 강박증 교감선생 아버지와 반항아 아들 패츠,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인쇄소 직원 아버지와 자유를 꿈구는 아들 앤드루, 교육열 높은 파키스탄 출신의 의사 엄마와 소심한 수크빈더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군상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추었던 발톱을 드러내며 서로 으르렁 거린다. 부모와 자녀, 이웃과 이웃이 서로 악당, 희생자, 멍청이, 연인, 아군, 배신자로 변한다. 부조리한 현실을 바꿔 나가려 하지만 파벌로 나뉘어 갈등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마치 현실의 데칼코마니 같다. 작가는 이런 사소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 진짜 현실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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