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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늦었지만 반가운 서울대 文 · 理科 폐지
서울대가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 대학 입시에서 이과생의 인문계 학과 지원은 가능하지만 문과생은 의과대와 공과대 등 대부분 이공계 학과에 지원을 할 수 없었다. 건축학과 등 일부 문과생 지원 길이 열려 있다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누구든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고교 교육 과정은 물론 대학입시 제도 전반에 획기적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서울대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처럼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교육 시스템으로는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사고와 지식을 겸비한 인재 양성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학문도 융합과 통섭의 시대다. 과학자는 철학과 역사를 이해하고, 의대생들도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형 인재를 배출하는 데 문과 이과의 구분은 되레 걸림돌일 뿐이다.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이 과학적 창의력의 자양분이라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우리 교육 환경은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실제 고등학교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문과생은 물리ㆍ화학ㆍ생물 등 자연과학 수업을 받지 않는다.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자연계 학생들 역시 같은 이유로 지리ㆍ역사ㆍ윤리ㆍ정치 등 사회과목 공부를 하지 않는다. 물론 문ㆍ이과 구분이 없어진 2002년 7차 교육과정 도입 이후 이런 과목들도 모두 이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문과에서 물리 수업이, 이과에서 역사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학교 측에서도 아예 이 시간에 학생들이 자습을 하도록 허용하는 실정이다.

일제시대의 잔재인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우리가 고수할 이유는 없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다. 더욱이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에게 자신의 적성이 문과인지 이과인지 선택케 하는 것도 무리다. 서울대는 별도의 연구팀을 구성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최선의 결과를 조속히 도출, 시행하기 바란다.

아울러 고교 교과과정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문과와 이과 구분을 없애고 모든 학생들이 사회와 과학 과목을 이수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수능시험에도 반영, 한 과목의 응시 누락도 허용해선 안 된다. 서울대의 이번 조치는 왜곡된 고교 교육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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