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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부정행위 매년 100여명 적발 왜?
내일 대학수학능력시험…도청기 등 최첨단 장비까지 동원 갈수록 지능화…교육당국은 금속탐지기까지 설치 감독강화
2005년 광주 부정행위로 314명 성적 무효 7명 징역·집유
고사실 인원 축소 등 치밀한 시험감독 영향 적발건수 급증
의도적 행위땐 1년간 응시 박탈…금지물품 소지땐 그해 시험만 무효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66만8522명의 수험생이 전국 1191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험을 치른다. 고3 학생 10명 중 8명꼴로 대학에 진학하고, 출신 대학의 명패가 개인의 주요 이력이 되는 대한민국에서 수능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과도한 경쟁 때문일까. 보다 나은 성적을 바라는 마음이 지나치게 앞서다보면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기도 한다. 매년 수능 때마다 교육당국은 ‘부정행위와의 전쟁’을 벌인다. 물론 적발되는 부정행위 10건 중 8건은 의도치 않은 실수에 의한 경우지만 범죄 수준의 ‘계획된 부정행위’도 늘 빠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남의 답 훔쳐보기’ ‘커닝페이퍼 만들기’ 등의 단편적인 행위가 대부분이었지만 입시경쟁이 과열되고 또 디지털 기기가 첨단화하면서 부정행위의 방법도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명문대생을 고용한 대리시험부터 수십대의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 송신, 휴대폰 반입이 금지된 최근에는 해외에서 수입한 최신 도청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실형이 선고된 부정행위=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 도입된 이래 가장 대대적인 부정행위가 적발됐던 해는 2004년 11월 17일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이었다. 수험생, 입시학원 원장, 학부모 등이 복합적으로 연루된 사건으로 당시 가담 사실이 드러나 성적 무효 처리가 된 수험생만 314명에 달했다. 이 사건은 휴대폰 문자 송신 시스템을 이용해 적발된 첫 부정행위였다.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중학교 동창 사이였던 수험생들이 “취약한 과목을 서로 보완해 성적을 올리자”는 모의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40여대의 휴대전화를 대당 13만원에 구입해 송신용ㆍ수신용ㆍ중계용으로 나눠 역할분담을 통해 정답을 공유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공부를 잘하는 ‘선수그룹’과 그 외는 ‘일반그룹’, 또 이들 사이에서 답안 전달을 맡은 후배 수십명은 ‘도우미그룹’으로 나눴다. 한 명당 구형 휴대전화 2대를 몸에 부착하고 고사장에 입실했다. 정답 번호 숫자만큼 휴대폰을 두드려 신호음 형태로 고시원에 대기 중인 도우미 그룹에게 답안을 전달했다. 도우미그룹은 전달받은 답안 중 다수의 답안을 정답으로 간주해 선수그룹과 일반그룹에게 문자메시지로 재전송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사건에 연루된 가담자만 374명에 달했다. 수험생 314명의 성적이 무효처리됐다. 광주 부정행위를 계기로 경찰은 전국적으로 수능 부정행위 사건 수사를 확대했고 당시 대리시험 등의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대상자만 2만7000명에 달했다. 결국 그 해 성적이 무효처리된 학생은 363명까지 늘어났다. 이 사건으로 가담자 14명이 구속됐고, 이 중 7명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2005년 광주지법은 부정행위를 주도한 피고인 7명에게 각각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최첨단 도청기를 이용한 부정행위=교육당국의 수능 부정행위 단속이 강화되면서 드러나지 않던 사례도 속속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5학년도 당시 수사가 확대되면서 충북 청주에서도 학원생에게 수능 답안을 전송한 학원장과 대학생이 적발돼 기소됐다. 이전의 사례도 드러났다. 2002~2004학년도에 대리시험 및 휴대전화 송수신 등의 부정행위로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 70여명에 대해 교육당국이 뒤늦게 입학취소 처리를 하기도 했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는 부정행위로 적발된 171명 중 2명이 계획적인 부정행위를 시도하려다 시험 전 적발됐다. 당시 서울에서 부정행위 시도로 적발된 수험생은 뇌병변 장애 수험생이었다. 교육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 수험생은 홍콩 등 해외사이트에서 첨단 도청기기를 구입했다. 시험장 내에서 도청기기를 착용하고 있던 수험생은 시험 시작 전 감독 교사에게 이 사실이 적발돼 퇴실조치됐으며 시험 기회를 박탈당했다.

▶진화하는 부정행위, 강화되는 시험감독=2005학년도 부정행위 사건 이후 교육당국은 수능 시험장 관리ㆍ감독을 대폭 강화했다. 2006학년도 수능부터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의 시험장 반입이 일절 금지됐다. 고사장에 금속탐지기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고사실 수용 인원도 기존 32명에서 28명으로 축소했다.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매년 적발되는 부정행위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2005학년도 광주 부정행위 사건 당시 363명이 적발된 이후 2006년 38명, 2007년 57명, 2008년 65명, 2009년 115명, 2010년 96명, 2011년 97명, 2012년 171명이다. 안재훈 교과부 대입제도과 사무관은 “부정행위 자체가 늘어났다기보다는 강화된 감독 아래 드러나지 않았던 부정행위가 표면에 나타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재 고등교육법 제34조 및 교과부 훈령 제193호에 따라 부정행위의 유형 및 경중에 따라 당해 시험 무효 또는 1년간 응시자격 박탈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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