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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주족도 고학력ㆍ고령화…교수님은 왜 폭주족이 됐나?
[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인 A(49) 씨. 그는 젊었을 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A 씨는 4년 전 고급오토바이인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중고를 약 3000만원에 구매했다. 이 오토바이는 출력과 소리를 높이기 위해 순정 머플러(소음기)가 빠진 것이었다. 큰 소음을 내는 속칭 ‘파이프 머플러’로 개조된 것으로, 기차가 최대 속도로 달릴 때 내는 것보다 더 큰 소음이 난다. A 씨는 최근 이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다가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 단속에 걸렸다.

서울에 사는 목사 B(46) 씨도 수년 전 할리데이비슨을 중고로 구매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역시 고막이 찢어질듯한 소음이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 경찰에 적발됐다.

폭주족이 점차 고학력층을 위주로 고령화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9월부터 50일간 불법 구조변경 오토바이를 집중 단속한 결과 대학교수, 목사, 공무원 등 223명(40대 이상)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 10월에도 고가의 외제 오토바이를 불법 개조한 대학교수, 교사, 자영업자 등 오토바이 소유주 42명이 단속에 걸렸다.

폭주족이 고령화되는 것은 젊은 시절의 폭주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어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나이가 많은 폭주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젊었을 때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들이 나이들어서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학력층이 폭주족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역시 고급오토바이는 고막을 두드리는 엔진 굉음이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이번 단속에 걸린 일부 40대 라이더들은 “대형오토바이는 소리가 커야 품위가 난다는 생각에 별 죄의식을 갖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법 구조변경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A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중고로 살때 소리가 유난히 컸지만 할리데이비슨이라 원래 소리가 큰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할리데이비슨 공식 동호회 ‘HOG 코리아’ 관계자는 “중고로 살 때 이미 불법 구조변경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고 고급오토바이 10대 중 8대가 순정 머플러가 없다. 순정 머플러를 사려고 해도 국내에는 파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동호회 회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올바른 준법 라이딩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라이더 스스로 자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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