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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식을 훔친다?”…시험기간 중 ‘필기책’ 도난 잇따라…비싸게 팔리기도 해
[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지난 10일 밤 12시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 내 사회과학관 복도 사물함에서 도난사고가 일어났다. 학생 두 명이 자물쇠가 없는 사물함을 열고, 맨큐의 경제학 등 대학 교재를 여러 권을 훔쳐갔다. 복도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있었고, 이 모습은 고스란히 CCTV에 촬영됐다.

피해학생인 김지현(가명ㆍ24) 씨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너무나도 익숙하게 사물함을 열고 책을 훔쳐가는 모습에 화가 났다. 경찰에 신고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시험기간만 되면 이런 필기책 도난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대학 시험기간 중에 필기책 도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남이 열심히 해놓은 수업 필기를 보면서 시험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캠퍼스에서도 필기책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 최재연(가명ㆍ25) 씨는 “시험을 앞두고 국제관에서 공부하던 중 잠깐 밥을 먹고 온 사이, 필기 책과 정리 노트가 전부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최 씨는 “남의 필기책을 훔쳐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높은 학점을 따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면서 이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책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시험기간 중에 다른 학생이 필기해놓은 책을 돈을 주고 사는 일도 빈번하다. 중간고사 기간 중인 모 대학 게시판에는 “모 수업의 필기책이나 노트를 복사하고 싶다. 사례를 충분히 하겠다”는 글이 최근에만 20여 건 이상 올라왔다.

대학생 강모(27) 씨는 “대부분 학생들이 친구나 선후배들과 필기책을 공유한다. 하지만 돈을 주면서 사고 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필기책은 공무원이나 각종 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공무원 시험 등에 필요한 ‘필기 중고책’이 깨끗한 중고책보다 오히려 비싸게 팔려 나간다. 남이 정성껏 필기한 책을 보면 교재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실제 회원수 60만명의 한 공무원시험 관련 카페에는 필기책을 판다거나 산다라는 글이 3만여 건에 달한다.

공무원 시험 준비중인 김모(28) 씨는 “최근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필기책을 깨끗한 중고책보다 5000원 더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면서 “합격한 사람의 필기책을 보면 공부도 더 잘 된다”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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