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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헤럴드생생뉴스]대법원이 19일 재심 개시를 결정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분신 자살한 김기설씨의 유서를 친구인 강기훈씨가 대신 작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노태우 정권 시절이던 1991년 5월8일 당시 민주화 운동의 중추 세력이던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당시 25세)씨가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유서를 남기고 몸에 불을 붙인 뒤 투신해 숨졌다.

김기설씨가 숨지고 일주일여 뒤인 그 해 5월16일께 검찰은 “김 씨의 유서와 가족이 제출한 김 씨의 필적이 다르다”고 발표했고 김씨의 유서를 대신 쓴 인물로 강기훈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을 지목했다. 강 씨가 유서까지 대신 써주며 김 씨의 분신을 종용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검찰은 6월24일 김 씨의 유서를 대필해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강 씨를 구속하고 7월12일에는 재판에 넘겼다. 강 씨는 8월1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당시 노태우 정권의 잇단 비리에 격렬히 대항해오던 재야ㆍ운동권 등 진보진영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학생운동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사건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된 것은 노무현 정권 때였다. 2005년 경찰청 자체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김기설씨의) 유서는 김 씨 친필로보이나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발표했다. 사건 당시 필적을 감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의 유서는 본인이 작성한 것’이라는 필적 재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11월13일 “강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며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국가에 재심을 권고했다.

강 씨는 2008년 1월31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09년 9월16일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서울 고검은 대법원에 즉시 항고했고 최종 결정은 미뤄졌다. 이후 3년 1개월여가 지난 19일 대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필적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과 매우 유사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21년 만에 재심이 결정되며 다시 한번 역사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됐다.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이란 1894년 프랑스 육군의 드레퓌스 대위가 독일에 군사 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돼 반역죄로 종신유배형을 받았다가 에밀 졸라 등 당대 지식인들의 무죄 주장으로 10년 만에 재심을 받고 무죄로 석방된 사건을 말한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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