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조선의 굴욕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17일 오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는 ‘제2회 포스코 글로벌 EVI포럼’이 열렸다. EVI포럼은 포스코가 고객과의 유대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포스코가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대규모 행사다. 1000여명의 주요 글로벌 고객사를 초대해 철강 산업의 동향을 소개하고, 포스코가 개발한 신기술을 시현하는 등 고객사들을 위해 마련한 일종의 철강 축제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포럼은 일반 부문(General Section)과 산업별 부문(Industrial Section)으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산업별 부문에서 조선 부문이 빠진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포럼에서는 자동차, 에너지플랜트, 건설, 가전, 중장비, 조선해양 등 6개 세션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자동차, 에너지, 건설, 전기전자, 중장비 등 5개 세션으로 축소했다. 조선업계 글로벌 톱(top)3가 모두 국내 조선소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지 않을 수 없다. 덕분에 이날 초대받은 조선사들은 일반 부문에 참여하거나 해양 구조물과 관련한 에너지 세션에만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포스코가 올해 EVI포럼에서 조선 부문을 뺀 표면적인 이유는 더이상 소개할 신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조선용 후판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만큼 포럼을 통해 추가로 논의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요가들 즉 조선업계 내 이슈도 없다는 것도 세션을 없앤 이유 중 하나다. 조선업계 불황으로 상선의 신규 발주가 거의 전무하다보니 업계 내 이슈도 신기술보다 선박금융이나 조선사의 법정관리 등 재무 관련 문제로 옮겨간 상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마저 상선보다 해양플랜트 등 에너지 분야에 집중할 정도니 포스코 입장에서는 굳이 조선 분야를 따로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조선용 후판 판매가 부진한 이유도 포스코가 조선 쪽에 소홀해진 이유 중 하나다. 올 상반기 포스코의 조선용 후판 판매량은 총 171만t으로, 조선 업황 악화가 본격화된 지난해(182만t)보다 6% 더 줄었다. 이와함께 후판 가격도 조선업계의 지속적인 가격 인하 요구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습으로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 상태다. 따라서 포스코의 매출 중 조선용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EVI포럼은 각 분야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의 신기술을 시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데, 조선용 후판은 더이상 발전기술을 논의할 게 없다”며 “수요가들 사이의 이슈도 없는 상태라 올해는 조선 세션이 빠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하루 앞서 포스코는 일본 히타치와 가전강판 장기공급 계약, 인도 웰스펀과 연간 24만t의 고강도 해양구조용 API 강재 공급 등 총 50여건의 소재공급 및 품질향상, 기술개발 등의 협약을 체결했다.

carri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