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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의 ‘통큰 투자’ …잿빛 현재 대신 장밋빛 미래를 보다
센트럴시티 1조250억원에 전격 인수
재계 활력 회복 촉매제 역할 기대



신세계 그룹이 연일 ‘머니 바주카포’를 쏘고 있다. 방아쇠는 정용진 부회장이 당기고 있다. 경기침체로 유통업계가 잔뜩 움츠러든 요즘 1조원이 훌쩍 넘는 돈을 투자키로 했다. ‘우울한’ 현재가 아닌 미래를 과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 부회장이 던지는 메시지는 유통업계를 넘어 비상경영 모드에 들어간 재계 전체에 활력을 줄 요소를 갖고 있다.

신세계가 강남점이 입점해 있는 강남고속터미널(센트럴시티) 부지ㆍ건물을 1조250억원에 인수키로 지난 16일 발표했다. 17일엔 4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복합쇼핑몰을 세우는 데 4000억원 가량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이틀간 무려 1조4250억여원의 투자가 단행된 것이다.

정 부회장의 ‘뚝심’이 여실히 드러난 ‘딜(Deal)’이다. 센트럴시티 인수는 ‘3년 프로젝트’였다. 5~6년 전, 센트럴시티 소유주가 통일교 재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신세계는 임대료 문제로 속앓이를 해야 했다. 업계에선 이 때 통일교 측에서 경쟁사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강남권 ‘알짜 상권’에서 2000년부터 매장 면적 5만1107㎡ 규모의 백화점을 20년간 장기 임차해 운영키로 하며 ‘승승장구’하던 신세계로선 ‘셋방살이’의 설움으로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결단은 정용진 부회장의 몫이었다. 그는 2009년께 “센트럴시티를 꼭 인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가격을 놓고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의 줄다리기는 지리하게 이어졌다. 신세계는 센트럴시티 ‘안주인’이 됨에 따라 전국 단일백화점 매출로 롯데 소공동 본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용진 부회장의 센트럴시티 인수를 롯데에 또 당할 순 없다는 인식에서 감행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롯데그룹이 최근 신세계 인천점이 들어가 있는 인천 남구종합터미널 부지ㆍ건물을 인수해 신세계 자리에서 롯데가 장사할 판이 되자 이를 감안한 시각이다.

신세계는 그러나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내밀한 사연이야 어떻든 정 부회장 ‘승부욕’의 단면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아울러 고양시에 복합쇼핑몰을 짓는다고 밝힌 점에선 내친김에 미래 투자의 고삐도 바짝 죄겠다는 추진력이 보인다. 복합쇼핑몰은 정 부회장이 미래의 먹거리로 꼽아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사업이다. 국제가수가 된 싸이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열심히 하겠다”고 했던 정 부회장의 보폭이 어느 정도 넓어질지 주목된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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