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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가뭄에 기업들 줄줄이 쓰러지는데…차입금 없는 중견기업들 그들의 비결은?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웅진사태’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무차입 경영’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가전업체 청호나이스는 2010년 6월 차입금을 모두 갚았다. 이후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쓰지 않고 있다.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3억원에 이른다. 청호나이스는 2003년 카드대란 때 렌탈고객 상당수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서 판매부진과 부채문제에 시달렸다. 2008년까지만 해도 이의 후유증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얼음정수 출시로 크게 성공하면서 2009년과 2010년에 3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내고 무차입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생활가전 사업 특성상 렌탈을 통해 꾸준히 관리서비스를 받는 게 사업의 생명”이라며 “회사의 차입금이 많다보면 고객 서비스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2010년 6월 이후 돈을 빌려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작기계업체 S&T중공업(옛 통일중공업)도 2010년 8월부터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4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방산제품을 비롯해 상용차 파워트레인, 정밀 공작기계, 중대형 주조품을 생산하는 S&T중공업은 이같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코리아나화장품도 올들어 무차입 경영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 추가 차입금이 없었으나 경기가 악화되면서 포기했다 올해 3월부터 다시 무차입을 실현했다. 지난 수 년 간 브랜드숍의 확장, 카드대란, 신규 직판사업체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내실경영을 목표로 지난해 말 서울 서초사옥을 팔아 차입금을 상환했다. 이 회사의 유동성 비율은 200%대에 이른다.

한국도자기도 40년간 무차입 철학을 고수하는 업체다. 김동수 회장이 1959년 부친에게서 회사를 물려받았을 당시 빚투성이였던 게 연원이 됐다. 1973년 빚을 모두 갚은 이후부터 이 회사는 은행 돈을 일절 빌려쓰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무분규와 무해고 원칙까지 지키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대덕전자도 2001년 이후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는 중이다. 계열사인 대덕GDS도 마찬가지다. 회사채 발행이나 장단기 차입을 하지 않는 사업기조를 지켜나가고 있어 위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경기변동이 심한 IT분야에서 살아남고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신도리코와 남양유업도 10년 넘게 이자비용이 ‘0(영)’인 회사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량한 재무구조는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양호한 실적에 기인한다. 하지만 기업이란 재무적 안정성보다 성장성이 더 높이 평가받기 때문에 무차입 경영이 효율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있다.

KTB증권 최종경 연구위원은 “웅진사태로 기업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무차입 기업들이 돋보인다”면서도 “경영이 보수적이면서 안정적이라는 이중성이 동시에 있다. 가치평가에서 프리미엄은 주는데 성장성 있는기업보다 결코 높지는 못한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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