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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면 받는 한글인터넷 주소, ‘닷 한국’
한글인터넷주소 도입 1년
사이트 절반이 재등록 포기



정부가 한글의 위상을 높이고 정보 소외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1년 전 의욕적으로 도입한 ‘한글 인터넷 주소’ 가 외면 받고 있다. 90%에 육박하는 ‘.com’ ‘.kr’ 등 영문 인터넷 주소의 인지도에 비해 ‘.한국’(점한국)으로 대표되는 한글 인터넷 주소의 인지도는 여전히 10%대에 머물러 있다.

국민들의 검색 습관, 정부 부처들의 소극적인 인식, 여기에 장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당초 도입 취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체나 자영업자들이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수단으로 크게 기대를 모았던 것과 달리, 1년 새 사이트의 절반이 폐쇄돼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9월 최상위 도메인(마지막에 붙는 인터넷 도메인)을 ‘.한국’으로 확정짓고 작년 5월부터 정부, 공공기관, 대기업 등 상표권자로부터 등록을 받았다. 개인, 자영업자 등 일반인들로까지 서비스가 확대된 것은 작년 10월 6일부터다.

도입 첫해인 작년 말까지 20만여건의 한글 도메인 주소가 등록됐다. 특히 지난해 9월과 10월 중에는 16만1551건의 ‘.한국’ 도메인이 등록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증가세가 뚝 떨어져 2만여건이 등록되는 데 그쳤다. 지난 8월 말 현재 한글 도메인 주소 등록건수는 22만2135건이었으나 올 9월 27일 현재 총 등록건수는 14만2444개로 뚝 떨어졌다.

9월 들어 6만여건의 도메인이 재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간 운영하고 사이트를 폐쇄한 것이다. 14만여건 중에서도 실제로 해당 홈페이지가 서버와 도메인이 연동돼 있는 비율(서버설정률)은 4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단순 선점(사재기)용으로 49% 중에서도 대부분은 영문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나 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한글 주소를 추가로 만든 경우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만든 한글 인터넷 주소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으로 ‘.kr’ 도메인의 일평균 질의수(홈페이지 방문수)는 6억9030만6941건인 데 비해 ‘.한국’ 도메인의 질의수는 228만9716건으로 일반인 인지도도 ‘.com’(95.4%)과 ‘.kr’(86.4%)에 비해 ‘.한국’ 도메인은 12.1%로 저조하다.

이처럼 한글 인터넷 주소 활용이 저조한 이유는 뭘까.

우선 이용자의 검색 습관 때문이다. 대부분 이용자들은 검색창에 직접 검색 대상명을 입력하거나 ‘즐겨찾기’를 활용한다. 스마트폰에서는 모바일 웹을 이용한다. 포털사이트 통합검색에 영문 도메인 주소만 표출되는 것도 한글 인터넷 주소의 확산을 막는 요인이다. 이는 포털의 ‘하나의 주소 등록 원칙’ 때문인데 사이트 운영자는 영문이나 한글 중 하나의 도메인만 포털에 등록할 수 있다. 대부분 기업이나 정부 및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영문 인터넷 주소를 선호한다.

장기 불황인 최근의 경제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올 들어 자영업자 창업은 10년만에 정점(지난 7월)을 찍었지만 부도업체(법인+개인사업자) 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자금 사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경기가 나쁘면 아무래도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수천억원에 이르는 서버 구축비용과 운영비를 부담하면서 한글 도메인을 운영할 만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지도 제고를 위해 공공 서비스나 당면한 국가적 이벤트에 한글 인터넷 주소를 홍보하고 보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부 부처 간 협조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자국어 도메인 서비스 국가 15개국 중에서는 러시아(80만건)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가장 등록건수가 가장 많다.

<최상현 기자>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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