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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이지만 명절은 따뜻하게 보내야죠”
한가위 앞둔 안산 · 시화産團을 가다
경기침체 불구 중기들 상여 지급
대부분 휴일도 5일간 넉넉하게
위기극복 저력 직원챙기기 한창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추석 명절은 가족들과 따뜻하게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자금사정이 어려워도 추석 상여금은 꼭 줘야죠.”

지난 25일 경기도 반월ㆍ시화산업단지. 국내 최대 중소기업 단지인 이곳은 수출과 내수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반월ㆍ시화산단은 1만5000여개 기업 중 자동차와 전기전자 관련 부품ㆍ소재 기업이 70% 가량 되는 전형적인 수탁기업 집적지다. 발주를 내는 위탁기업(대기업)의 불황을 더 깊이 체감하는 셈이다.

안산 반월산단에서 LED조명업체를 경영하는 조재학 썬LED 대표는 올해 추석에도 직원 59명의 상여금은 마련했다. 올 들어 LED산업 경기가 최악인 데다 경쟁도 치열해 영업수익은 줄었다. 게다가 살아남기 위한 기술개발 비용 등 운전자금은 여전해 자금사정은 팍팍한 편이다. 그래도 명절은 거를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 
 
중소기업 절반 가량이 경기침체로 인해 추석자금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따뜻한 추석 명절을 쇠도록 상여금을 지급하고 5일간 휴무하는 업체가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5일 안산 반월산단 썬LED 공장에서 직원들이 LED조명등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세상에 ‘좋은 빛을 비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기업이 되자’는 창업정신을 생각하면 직원들의 행복한 명절을 위해 상여금을 거를 수 없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썬LED의 상여금은 기본급의 50% 수준. 직급에 관계 없이 3만원 농협상품권도 지급했다. 회사 사정이 나아져 명절 특별 보너스를 두둑히 줬으면 하는 게 조 대표의 바람이다.

시흥산단 에코그린센터에서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김출기 국보금속 대표는 명절 특별 보너스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사정도 어렵거니와 수 년 전부터 상여금은 기본급의 400% 규모로 매월 급여와 함께 지급하고 있기 때문.

이는 회사 운영과 직원들을 위한 배려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양자가 안정적인 자금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도금업계의 경우 최근 중국업체들의 가격 공세와 전방산업인 조선시황이 나빠 경기가 급격히 위축됐다.

김 대표는 “외상 물품대금 지급 등 명절에는 일시에 자금 수요가 몰린다”며 “이를 감안해 최근 중소기업들도 연봉제 도입이 많아 상여금도 다달이 지급하는 게 추세”라고 말했다.

방청제 제품을 생산하는 러스트케미칼(대표 백승훈)은 매년 기본급의 50%를 명절 상여금으로 줬다. 하지만 올해는 이를 4분의 1로 줄여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백승훈 대표는 “수출 부진으로 수요 대기업과의 거래가 줄어 자금사정이 어렵다.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생각해 상여금을 주지 않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에도 어렵다고 울상인데 명절이라도 즐겁게 보내야 한다”고도 했다.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추석연휴도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5일 정도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보금속 김 대표는 “대부분 원청업체들이 2일에 휴무를 해 사업장에 나와도 할 일이 없다. 무리해서 출근하면 작업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집중력 저하로 안전사고가 우려돼 쉬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성기 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고객지원팀장은 “반월ㆍ시화산단 중소기업들이 불황으로 어렵지만 상여금을 챙겨주고 5일간 휴무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정을 나누고 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이것이 위기를 헤쳐 나아가는 중소기업들의 저력”이라고 밝혔다.

<안산ㆍ시흥=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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