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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여성 공무원 아닌 그냥 공무원”
서울시 첫 여성 감사총괄팀장 조미숙씨
남성중심의 딱딱한 감사 업무
부드러운 감성으로 풀어갈 것


“아직도 ‘여성’ 공무원이란 말을 쓰나요?”

권력의 상징으로, 그동안 ‘여성의 불모지’로 통했던 서울시 감사관실에 여성 첫 감사총괄팀장이 탄생했다. 종전까지 박원순 시장을 비롯해 서울시 사람들의 인터뷰를 총괄(언론담당관 인터뷰팀장)했던 조미숙<사진> 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조 팀장은 이달 초 인사발령 공문을 열었을 때의 기분을 ‘멘붕(멘탈 붕괴의 약자 신조어)’이었다고 표현했다.

조 팀장은 “인사대상자였기 때문에 이동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곳이 감사관실 감사총괄팀장 자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 ‘주로 승진을 앞둔 6~7년차 고참 팀장이 맡는 보직인데, 이제 만 4년차에 감사업무 경험도 전무한 내가 가당키나 하나’란 생각에 한참이나 메일을 보고 또 봤다”고 말했다.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냐”는 칭찬에 조 팀장은 손사래를 치며 “내가 감사총괄팀장으로 발령된 걸 보면 이제 서울시도 여성 공무원을 여성 공무원이 아닌 ‘공무원’으로 평가하고, 시정 전반 어느 영역에서나 잘할 수 있다는 인식과 믿음이 보편화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팀장은 “아직 감사관실 내 개인보다는 조직 중심의 남성문화가 많이 남아있더라”면서 “감찰이란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조직중심 사고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분위기가 딱딱할 땐 내가 여성 특유의 부드러운 감성으로 풀어볼 생각”이라며 재치있게 속삭였다.

서울시에서도 조 팀장이 뛰어난 업무능력뿐 아니라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꼼꼼함, 관계를 중시하는 특성을 바탕으로 감찰업무뿐 아니라 중간관료로서 과장 이상 고위관료와 실무담당 직원 간 의견을 조율하고 다독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팀장은 “최초란 말에 책임감이 무겁다”면서 “집에서도 못하는 맏며느리 역할을 하게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특수부서에 온 만큼 동료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권과 권력ㆍ친분에 초월해야 하는 감찰업무를 맡게 되면서 조 팀장 스스로도 조심하지만 상대방 역시 조 팀장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

조 팀장은 “보통 인사발령이 나면 동료 직원이 찾아와서 축하도 하고 격려도 해주는데 이번엔 직원이 ‘찾아가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오더라”면서 “갑자기 동료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돼버렸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조 팀장은 “이는 직원의 감사관실에 대한 이미지가 ‘처분’으로 쏠려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감사총괄팀장으로 있는 동안 단순히 지적과 처분이 아닌 철저한 분석을 통해 발생 개연성이 있는 문제를 사전에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업의 완성도를 높아주는 발전적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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