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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조동석> 은행권 친서민 대책의 허와 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는 빚에서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빚은 양날의 칼날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빌린 돈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경기가 나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요즘 은행권에서 친서민 대책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우스푸어를 위한, 저신용자를 위한,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이 주요 내용이다. 집값이 떨어지자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집을 사준 뒤 이를 다시 임대해주는 안이 나오는가 하면, 최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한편 빚을 깎아주는 방안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왜 지금 이렇게 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지, 생색내기는 아닌지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금융약탈이란 비난을 들었던 은행권은 올해도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담합 의혹에 이어 학력 차별, 대출서류 조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또다시 궁지에 몰렸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은행권에서 제일 먼저 나온 대책은 대출금리 상한선 인하. 그런데 요즘 시장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이를 감안하면 은행들이 최고 금리를 낮추는 것은 당연하다. 전체 가계대출 고객 중 1%도 안 되는 사람이 이번 금리인하 혜택을 받는다는 분석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체 대출규모에 비하면 인하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다. 또 이번 금리인하로 KB국민은행이 연 52억원, 신한은행이 71억원, 하나은행이 10억원 정도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금융소비자원의 분석도 나왔다.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때문에 지난해 은행에 크게 실망한 고객들이 올해는 은행들에 ‘꼼수’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어려울 때 국민의 혈세로 회생시켜 줬더니 우리 사회의 99%가 빚의 노예로 전락한 지금, 위기는 나 몰라라 하고 수익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금융감독 당국도 고객 민원이 많은 금융회사를 특별검사하기로 했다. 금융기관의 ‘약탈적 행각’이 발견되면 중징계한다는 방침이다.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도 한번 들여다보자. 가장 먼저 시범사업안을 내놓은 우리금융의 ‘신탁 후 재임대(trust and leaseback)’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의 집을 금융사가 맡되 주택 소유자는 임대료를 내고 집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 등 여러 가지 법률 검토 과정이 필요하고, 주택시세 변동에 따른 리스크 증가 등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집 없는 서민이 많은 상황에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 산 사람을 은행권이 나서서 도와주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는 빚에서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도 그렇고 우리도 가계빚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빚은 양날의 칼날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빌린 돈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경기가 나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요즘은 디레버리징(Deleveragingㆍ부채 축소) 시대다. 기업은 차입금을 갚아 부채를 축소하려 하고, 가계도 은행 빚을 갚으려 하고 있다. 문제는 급격한 디레버리징이다. 이럴 경우 부동산 등 자산가치 급락 불안감을 키우고 신용경색을 초래하기도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은행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가 좋을 때 불황을 걱정하고,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서민을 생각하는 그런 은행권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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