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서울시내 버스업체들이 준공영제로 전환한 뒤부터 서울시가 적자보전을 해주자 방만경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후 총 2조원 가까이 버스회사 적자를 보전해왔지만 실질적인 관리ㆍ조정권이 없어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는 불필요한 예비차량을 줄이지 못하는 등 감독상의 문제를 들어 노선을 폐지하거나 차량을 줄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최근 국회에서 반려되는 등 대책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4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시가 지원한 시내버스 회사 적자보전금은 총 1조8199억원에 이른다. 매년 평균 2274억원을 지원한 셈이다.
현재 시내버스 366개 노선 중 흑자노선은 69개에 불과하며 나머지 297개는 적자를 내고 있다.
‘서민의 발’이기에 승객이 부족한 노선도 꼭 필요해 적자보전을 해줘야 하지만, 문제는 불필요한 지원이 더 많이 늘면서 재정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는 현재 7530대의 시내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6200~7000대 정도면 충분하다고 지적해왔다.
버스회사들이 과다보유한 예비차량도 문제다.
폭우 등 기상상황과 차량 정비 등에 대비해 보유한 예비차는 현재 총 414대다.
이 차들은 운행을 전혀 하지 않아도 하루에 15만원씩 유지비와 보험금 등을 지급받아 연간 227억원을 챙겨간다.
시 관계자는 “예비차는 300대 정도만 있어도 시민 편의에 전혀 지장이 없다. 만약 시에 감차권이 있다면 50억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사실상 마을버스 기능을 하는 시내버스들도 많다.
현재 운행거리가 15㎞ 이하인 노선은 34개로, 이 중 222대가 실질적으로 마을버스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데도 일반 버스와 같은 규모의 지원금을 받는다. 마을버스는 준공영제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운영된다.
시는 과다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전공영제로의 전환, 시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완전공영제는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성이 없고 법개정은 전국 상황과 맞물려 난항을 겪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6월 남미 순방 때 완전공영제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 관계자는 “완전공영제 즉 공사체제로 운영하려면 현재 회사들이 가진 노선 면허와 버스를 다 매입해야 하는데 최소 1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시 재정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시의 권한을 강화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권한을 요구해 국토해양부의 업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최근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차선책으로 경영실적에 따른 지원금차등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손의영 교수는 “국토해양부를 설득해 법 개정을 하는 게 최선이다. 그게 안 된다면 경영실적 평가를 통한 차등 지원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회사끼리 합병이 이뤄질 수 있고 자연적인 감차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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