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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양대근> ‘특권 내려놓기’ 역행하는 국회
대한민국 국회는 작정하고 국민들 염장지르는 일만 고민하는 것 같다. 19대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歲費)가 18대 국회보다 20% 가량 인상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슬그머니 올려놓고 두둑해진 주머니를 뒤로 챙긴 것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총 1억3796만원으로 18대 국회 평균(2008~2011년)인 1억1470만원보다 무려 2326만원(20.3%)이 올랐다. 작년 세비(1억1969만원)와 비교해도 15.2%나 인상됐다. 일반 공무원은 작년에 비해 월급이 3.5% 인상에 그쳤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구조조정의 칼날이 서민들에게 떨어지고, 이자 몇푼 더 받아보려고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다가 알거지가 되는 현실에서 분통터질 일이다.

이번 결정은 2010년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뤄졌다. 14년간 동결돼 있던 입법활동비ㆍ특별활동비가 이듬해 12월부터 월 236만원에서 392만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혜택의 당사자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세비가 20% 올랐으니 생산성도 높여야 한다“고 고백하고 나서야 알려졌다. ‘한 일이 뭐가 있다고 월급을 올리는냐’는 비판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에 그동안 쉬쉬했던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던 4ㆍ11총선, 또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환골탈퇴’하겠다고 정치권이 침이 마르도록 했던 약속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었다. 하지만 제 주머니만 챙기는 행태를 보면서 ‘특권 내려놓기’는 한순간에 무색해지고 말았다. 연이은 태풍과 경제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짜증지수’만 더 높이는 꼴이다.

물론 휴일도 반납하고 국회와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국회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19대 국회 100일 동안 법안을 1건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이 전체 299명중 무려 52명이다. 본업인 입법활동을 뒤로 제쳐두고, 대선판에만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원들은 아예 입법활동비를 전액 삭감하는 게 국민감정에 맞을 것 같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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