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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소통의 정치
소통이란 서로의 뜻이나 마음이 통해 오해가 없고 막히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소(疏)란 무엇인가 막혀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이며, 통(通)은 이어지고 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소통은 서로 간의 사이에 차이와 간극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이 차이를 이해할 때 소통의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넘어 공감하는 것이 소통의 핵심이다.

참된 소통의 방법을 제시한 고전적인 예로 장자(莊子)의 지락(至樂)편에 나오는 바닷새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 밖으로 날아와 앉았다. 왕이 이 새를 좋아하여 친히 궁궐로 데리고 가 술을 권하고 음악을 들려주며 푸짐한 고기를 대접했다. 하지만 이 새는 놀라기만 할 뿐 술은 물론 고기도 한 점 입에 대지 않고 있다가 사흘 만에 죽었다는 이야기다. 장자는 이 우화를 얘기하며 “자기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새를 기른 것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 우화는 참으로 고차원적인 소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대접받기 바라는 방식으로 남을 대접하라’는 서양 격언과 차원이 다르다. 이 서양 격언이 나를 중심으로 한 소통을 말한다면, 장자의 우화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소통이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뒤집는 소통의 리더십이 마치 시대정신이 된 듯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정치적 반대 진영은 물론 진보 진영까지 아우르는 ’광폭 행보’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체가 없는 정치적 쇼에 머물 경우 상대는 바닷새의 운명이 되고,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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