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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vs 애플 소송전, 배심원 평결은 예고편…
진흙탕 싸움은 이제부터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삼성전자와 애플의 치열했던 미 본안소송이 배심원 평결 뒤 더욱 거센 난타전으로 돌입하고 있다. 애플은 기다렸다는 듯이 갤럭시S와 갤럭시S2 등에 판매금지 조치를 취하며 삼성전자를 몰아붙이고 있고, 삼성전자 역시 특허침해를 벗은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철회를 요구하며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제3자 위치에서 지켜보는 유럽 언론 등은 삼성-애플 간 벌어지는 움직임을 마치 ‘핵전쟁’과 같다고 묘사하고 있어 세기의 특허전으로 불렸던 양사 간 소송은 어느새 패자만 남는 ‘이전투구’로 변질됐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지난 2년간 미국에서 판매한 전체 스마트폰 중 판매량과 매출면에서 40% 이상을 차지하는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요청을 했다. 본안소송에서 미 배심원들은 삼성전자 28개 제품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지만, 애플은 이 중 1/3도 안 되는 8종에 대해서만 판매금지를 신청했다. 개수로는 적지만 그동안 미국 내 성과로 따지면 모두 삼성전자의 ‘알짜배기’ 역할을 했던 제품들이다.

미국 내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갤럭시 프리베일(225만5000대)을 비롯해 삼성전자 최대 히트작인 갤럭시S2 4종 등 그동안 미국 매출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제품들이 대거 판매금지 목록에 포함됐다. 8개 제품은 2년 동안 미국에서 총 906만2000대가 판매되고, 32억48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삼성전자의 2년간 미국 내 전체 스마트폰 실적 중 판매 대수에서 42%, 판매 매출로는 43%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애플의 요청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 세너제이 북부지방법원은 내달 20일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심리를 열 예정이다. 심리 결과가 애플 주장대로 나오면 삼성전자는 즉각 판매금지 가처분 유예를 요청하며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배심원들이 특허침해 모델에서 제외시킨 갤럭시탭 10.1에 대해서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전자 측 변호인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루시 고 담당판사에게 보낸 요청서에서 “배심원들의 평결을 감안할 때 이 가처분 결정을 유지할 근거가 없어졌다”며 철회를 주장했다. 앞서 6월 루시 고 판사는 갤럭시탭10.1에 대해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사 간의 공방은 장기간에 걸쳐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은 배심원 평결을 문제삼는 삼성전자 이의제기는 물론 애플 또한 특허침해가 인정되지 않은 갤럭시탭10.1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북부지법이 배심원 평결을 수용할 경우 사건은 항소법원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어 1년 이상의 법리 싸움을 재개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다만 대법원이 지난 141년간 디자인 특허 관련 소송을 한 적은 없어 상고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지만 수많은 언론들은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 특허전은 이미 법리전을 넘어서 ‘끝을 봐야 끝나는’ 막다른 골목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유럽 내 최대 시장이며 세 곳의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독일에서는 양사 간 특허전을 패자만 남는 전쟁이라고 평했다.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27일자(현지시간) ‘휴대전화 전쟁의 첫 번째 타격’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인 창조자이지만 파괴자일 수도있다. 그가 준비한 안드로이드와의 ‘핵전쟁’이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미국 법정에서 배심원들이 거의 모든 사안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지만, 애플의 승리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핵전쟁에서는 패자만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프랑크푸루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Z)은 ‘특허 무력 분쟁’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애플은 모든 작은 성과에 대해서도 특허화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배심원의 결정은 특허를 무기로한 더 많은 진흙탕 싸움식 소송을 촉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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