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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푼도 못 벌면서…血稅는 펑펑 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정부 2011 결산안’ 들여다보니
매 정부의 임기말이 되면 권력만 새는 것이 아니다. 기강이 느슨해지고 어수선해진 틈을 타 국민 혈세로 모아진 나랏돈도 누수(漏水)현상을 보인다. 2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2011년도 결산안에 따르면 항목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목적외로 사용되거나 실제 필요한 규모보다 과다책정돼 정작 시급한 곳엔 재정이 투입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물가와 불황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내년 예산안 편성에 한창이다. 독도 문제, 대선 등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다. 

▶‘내 돈 아니니까?’형=국무총리실은 지난해 선심 쓰듯 포상금을 지급했다. 총리실은 정책홍보 우수로 선정된 부처에 포상금 3억원을 집행해놓고, 국토해양부 등 수상에서 제외된 5개 부처에도 총 1000만원의 예산을 별도 책정해 수여했다. 환경부는 근거 법령도 없는 포상금을 예산으로 사용했다. 그린포인트상 등 집행지침이 없는 4개 부문을 시상하면서 총 4억85000만원을 사용했다.

통계청 통계교육원은 소속 교수에게만 지급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피복을 직원 전원에게 제공, 총 1071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 기획재정부는 예산계획에도 없는 공공기관 채용박람회를 임의로 개최, 8100만원의 예산을 썼다. 정책처는 이에 대해 “청년들의 공공기관 취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계획에 없던 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는 지난해 12월 27일 법인화된 후에도 나흘치 교직원 급여 1억2700만원을 국립대학 인건비 예산에서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일단 따놓고 보자’형=실소요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앟고 ‘무조건 많이 따놓고 보자’는 식으로 예산을 편성, ‘수면예산’을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해 성폭력사범 약물치료비용 6개월분(5000만원)을 편성했지만 한푼도 쓰지 않았다. 치료의 전제가 되는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에 대한 감정 의뢰가 기간 중 한 건에 불과했고, 치료명령 청구는 한 건도 없어 수요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여성가족부도 성범죄자 교육사업의 목표인원 미달로 예산 7000만원을 사용하지 않았다.

정작 돈 쓸 주체가 없는 ‘유령예산’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지원예산으로 10억원을 배정받았지만 경기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출하지 않았다.

▶‘이렇게 될 줄 몰랐어’형=해당 사업에 대한 사전준비가 부족해 목적이 변질되거나 진행 자체가 어려운 예산도 있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뉴타운 사업은 귀농을 장려하기 위해 젊은 영농인에 대한 주택 공급이 목적이었으나 기존 농업인들의 복지시설로 용도가 바뀌었다. 전북 고창 뉴타운의 경우 입주대상 중 귀농예정자가 34%에 불과, 66%가 관내 농업인에게 제공되고 있다. 농촌형 에너지 자립 녹색마을 조성사업은 주민 반대와 경제성 부족 등으로 축분 바이오가스 시설이 제외되면서 사업내용이 크게 변경됐다. 지난해 예산 25억원 중 24억원이 이월됐고, 최근 2년간 실집행률은 최고 4.2%에 그치고 있다.

<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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